20대에 사장님이 40대에 회사원이 되었다. - 10

장사꾼 똥은 개도 안물어간다.

by 청비

아기가 태어나고 가게 안에 두 평이 채 안되는 방을 만들었다.

육아와 일을 함께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올해 20살이 된 아들은 뒷통수가 납작하다.

아들이 어릴 때 종일 뉘여서 키운 후유증인가

자꾸 그런 자책을 하게 된다.


아들은 참 순했다.

특히 장사가 바쁜 타이밍에는 울거나 보채지도 않고, 혼자서도 잘 놀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혼자서도 잘 놀았다는 건 내 관점에서 편하게 내린 결론이었다.

어쩌면 아기는 뭔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표현을 못했을 수도 있다.


"아이고, 참 착하기도 하지. 제 엄마 돈 많이 벌라고 혼자서도 이리 잘 노네"

**빌라 할머니께서 아기를 들여다보며 씀하셨다.


그때였다. 가게 밖 진열대 앞에서 어머니와 손님의 실갱이가 벌어졌다.

"아까 미리 만원 짜리 한 장 냈잖아!"

짧은 컷트 머리를 한 아주머니 한 분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물건을 고르기 전에 미리 돈을 받지 않아요.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어머니께서는 침착한 목소리로 대응하셨다.

"이 여자가! 내가 치매라도 걸린 줄 알아?난 분명 미리 돈을 냈다니까!"

아주머니는 더 큰소리로 버럭 화를 내셨다.

"그럼 손님이 고르신 양파 한 망이 3500원이니까 제가 6500원을 거슬러 드릴께요."

어머니께서는 앞치마 주머니에서 거스름돈을 내어주셨습니다.


"휴~~~ 박박 우기는 사람 앞에는 장사가 없다. 그깟 돈 몇 푼에 계속 실갱이 해봤자, 장사하는 사람만 손해야."

손님이 돌아가자 어머니의 한숨이 바닥으로 낮게 떨어졌다.

어머니께서는 늘 말씀하셨다.

"장사꾼 똥은 개도 안물어간다. 장사꾼은 속이 하도 시커멓게 타서 똥도 시커멓다는구나."

이 웃픈 이야기는 잊을만하면 한번씩 체험으로 다가왔다.


가게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여기 **빌라 405호인데요. 배추 열 포기하고 무 다섯 개, 양파 한 망좀 배달해 주세요."

배달주문 전화였다.

부리나케 주문받은 채소들을 챙겨서 배달 간 남편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 있었냐?"

쪽파를 다듬고 계시던 어머니께서 남편에게 물었다.

남편은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키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배달 간 곳은 얼리베이터가 없는 오래된 빌라였다.

때문에 4층까지 세번을 오르락내리락 해야했다.

"엄마! 밥 줘!"

배달 간 집안에 있던 20대로 보이는 청년이 거실 쇼파에 앉아서 말했다.

남편은 그 청년이 함께 채소를 날라주기를 바라진 않았다고 한다. 다만, 적어도

"힘드시겠네요."

"수고하셨어요."

정도의 인사 정도는 해주어야 하는 게 도리가 아니냐고 말했다.

청년의 입장에서는 배달서비스는 고객이 받아야 할 마땅한 권리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와 고객 이전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말 한 마디를 해줄 순 없었을까?


남편이 채소 배달을 다 마치고, 계산서를 내밀었다.

"지금 돈 없으니까, 나중에 줄께요."

집주인 아주머니는 외상이 당연한 것처럼 말씀하셨다.

"외상이요?그럼 전화주문 하실 때 미리 말씀해 주셨어야죠."

남편이 당황한 표정으로 말하자,

"그럼 배달 안된다고 했겠지. 뻔한 거 아니야?"

라고 아주머니께서 대답하셨다.

남편은 황당하고 화나는 마음을 애써 참아내고 가게로 돌아왔다.


그 아주머니는 우리 가게 단골도 아니었고, 한번 외상한 돈은 갚지 않기로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장사를 하다보면 이처럼 황당무개한 일들이 더러 일어난다.


오늘 하루도 이래저래 참 애썼다.

잘 참아내고 잘 살아내느라.


그 날 저녁 우리는 쓴 소주잔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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