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사장님이 40대에 회사원이 되었다.- 11

장사꾼에게 입소문이란(유연하게 대처하는 법)

by 청비

시장 안에 위치한 가게,

정말 조합이 맞지 않는 신발가게와 채소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채소를 사러 온 손님들이 신발을 사고, 신발을 사러 온 손님들이 채소를 사갔다.

요즘 가게들은 인테리어에 큰 비용을 투자하며 고객의 취향까지 고려한다.

인테리어 측면에서는 정말 협소한 가게안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손님이 북적거렸다.

참 감사하고 또 감사할 다름이었다.


"이거 235mm 있어요?"

말끔하게 차려입은 20대 여자분이 블랙 컬러의 구두를 가르키며 물었다.

"네. 한번 신어보세요. 다른 구두에 비해 볼도 넓게 나와서 편하고 좋아요."

박스에서 구두를 꺼내며 대답했다.

"생각보다 별로네."

그녀가 구두를 신자마자 미간을 찌푸린다.

"아 그래요?그럼 천천히 다른 것도 둘러보세요."

나는 손님이 부담을 갖지 않도록 살짝 한발 물러나 있었다.

"뭐 둘러보고 말고 할게 있나?가게가 작아서."

그녀가 가게안을 대강 훑어보더니, 마디를 툭 던진다.

살짝 기분이 언짢았다.

하지만, 그깟 일로 티를 낼 내가 아니었다.


장사를 하면서 쌓아 온 내공이 백단은 아니어도 구십단?

"러게요. 가게가 좀 작죠?"

나는 아무렇지 않은듯 미소까지 지었다.

그러자 그녀는 조금 멋쩍은 표정으로

"다음에 올께요." 라고 말하며 사라졌다.

그녀가 다음에 재방문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적어도 안좋은 인상을 가지고 돌아가진 않았으리라고 추측하며 위안을 삼았다.


내가 만약 그녀에게 언짢은 내 감정을 다 표현했다면?

그녀는 우리가게에 대한 안좋은 인상을 가지고 문을 나섰을 것이다.

'우리가게를 방문한 손님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주자.'

내가 가게를 운영하면서 늘 마음속으로 되새기는 다짐이었다.


사람의 말은 천리를 간다.

장사꾼에게 입소문이란 무형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때론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 자산들이 새어나갈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말의 위대함을 느끼는 동시에 무서움을 느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소문보다는 안좋은 소문에 더 민감하고, 신뢰하고 싶어한다.

들리는 소문의 진실을 알기위해 애쓰는 자는 극히 드물다.

그냥 들리는대로 믿고, 다시 전하게 된다.

그래서 말이란 전해지면서 눈덩이처럼 부풀어오른다.


나는 무형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때에 따라서는 그 이상의 시간까지 '감정 컨트롤'을 한다.

물론, 처음 장사를 시작하고 한동안은 어려웠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도 있었고,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달아오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고 손님으로 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유연하게 대처하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유연성을 잃으면 꺽이는 게 장사꾼의 삶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다.





이전 10화20대에 사장님이 40대에 회사원이 되었다.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