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사장님이 40대에 회사원이 되었다.-12
가짜가 진짜를 잡아먹는 세상
채소가게와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동대문으로 물건을 사입하러 갔다.
우리 가게의 매출 전반은 주로 채소와 건어물들이 책임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왕 벌려놓은 신발가게도 잘 꾸려가고 싶었다.
신발가게를 찾는 손님의 연령층은 다양했다.
하지만, 10대~20대 사이의 젊은 연령층은 가게 안을 서성거리다 빈손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여긴 이미테이션 취급 안해요? 요즘 보세가게에서 이미테이션 많이 팔던데......”
청바지에 나** 흰색 티셔츠를 입은 청년이 물었다.
“네, 저희 가게에는 없어요.”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미테이션은 브랜드를 흉내 낸 절도의 산물이다.’
그 시절 나는 확고하게 생각했다.
“휠* 운동화 있어요?”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들어와 묻는다.
“왜 이미테이션을 찾아?”
그 여학생을 향해 물었다. 참 바보같은 질문이었다.
“그야 당연히 정품보다 싸니까요.”
뻔한 답이 돌아왔다.
지금은 휠*, 나**, 아*** 같은 브랜드의 운동화를 신은 학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시절에 브랜드의 신발이나 옷은 있는 집 자식들만의 특권이었다.
(간혹 몇 달씩 용돈을 모아 구입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러니 돈은 부족한데 브랜드 신발이나 옷을 착용하고 싶은 사람들은 주로 ‘브랜드 이미테이션 사업’에 일조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었다.
수요가 늘어나니 당연히 공급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공급자는 적잖은 수입을 벌어들였을 것이다.
2021년 현재, 브랜드 이미테이션의 종횡무진이 이어지고 있다.
루***, 샤*, 구* 같은 고가의 명품백들을 그대로 재현해 서민들의 마음을 현혹한다.
이미테이션도 A급, B급으로 분류가 되어 가격대를 형성한다고 하니 이 얼마나 치밀하게 계획된 시장이란 말인가? 이 시장성의 흐름은 20년 전보다 더 규모가 커지고, 치밀해진 것 같다.
서울 동대문에서 판매하는 상당수의 브랜드 제품들 중에서 S급(슈퍼 페이크) 제품들은 품질보증서까지 포함되며 전문감정사들조차 알아보기 힘든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처럼 브랜드의 이미테이션이 흥행하는 흐름 속에서 그 기술은 날로 발전해나가는 것이다.
이는 이미테이션 공급자들만 배 불리게 하는 소비자들의 자발적 피해 현황이라고 본다.
또한 이미테이션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불법적인 행위로 마땅히 근절되어야만 한다.
“여기도 이미테이션 쫙~ 깔아 놔 보세요. 장사 대박날 텐데......”
그 여학생이 돌아가면서 남긴 말 한마디.
대박이라는 단어에 잠깐 솔깃했지만, 굳이 이미테이션을 떼다 팔고 싶진 않았다.
내 성격이 보수적인 면도 작용을 했지만, 그때의 나는 그렇게 절박하진 않았던 것 같다.
동대문에 처음 발을 디딜 때만 해도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였다.
몇 해 동대문을 드나들고 나니, 초짜를 벗어난 어엿한 장사꾼이 된 느낌이었다.
“잠깐 나 좀 따라와. 좋은 물건 보여줄게.”
일 년 넘게 거래한 도매상 사장님이 우리를 어디론가 안내한다.
골목 골목을 지나 어느 허름한 창고 문을 열더니 좌우를 살폈다.
그 창고 안에는 말로만 듣던 여러 개의 브랜드 신발이 가득 있었다.
“요즘 이거 안 갖다 팔면 장사도 안된다니까, 내 말 믿고 조금만 갖다 팔아 봐.”
여태 한 번도 권하지 않던 이미테이션을 권유하셨다.
“글쎄요...... 단속에 걸리기라도 하면 큰일 아니에요?”
나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에그~ 젊은 사람이 왜 그리 배포가 없어. 난들 이 짓이 하고 싶어서 하는 거겠어? 다 그러면서 돈 벌도 사는 거지. 이 세상에 합법적으로만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사장님의 그 말이 뇌리에 꽂혔다.
합법적으로만 사는 사람...... 애써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지는 않지만, 굳이 불법적인 일을 하면서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본래 새가슴이다.
이미테이션 신발 몇 개 갖다 놓고, 단속 걱정하면서 장사할 인물이 못된다.
몇 푼 더 벌자고(몇 푼이 아닌 사람들도 있겠지만) 가슴 졸이면서 오는 손님이 혹시나 경찰일까 의심하는 일은 더욱 못 할 일이다.
일 년이 넘어 우리에게 창고를 개방한 사장님도 그랬을 것이다.
단속 걱정하면서 긴장되는 시간들을 보냈으리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배포가 넘치는 사람도 일단 떳떳하지 못한 일 앞에서는 작아지기 마련이다.
나는 조금 덜 벌어도 그냥 마음 편하게 장사하는 장사꾼이 되고 싶었다.
오로지 돈만 쫓는 악착같은 장사꾼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 기질이 그러했다.
*브랜드의 이미테이션을 사고파는 행위는 절도의 만행을 부추기는 일이다.
고려시대, 조선시대 문건에는 가짜 청심환을 조심하라는 내용이 있었다. 동아시아를 비롯해 중세 바이킹 무덤에서는 당시 명품이었던 강철 칼의 짝퉁이 출토되었다. 세계2차대전에서는 독일군이 영국군의 스덴 기관단총을 복제하여 써먹었지만, 독일군이 패전 이후 무기를 회수할 때 진품과 짝풍의 구별이 어려웠다. (출처: 나무위키 ‘짝퉁’ 에 대한 문건)
이미테이션에 대한 사례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사실과 그 역사를 알고난 후 참 씁쓸했다.
<트로트 가수 신신애의 ‘세상은 요지경’ 의 가사 중 일부>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인생 살면 칠팔십 년 화살같이 속히 간다. 정신 차려라. 요지경에 빠진다.
~가짜가 진짜를 잡아먹는 세상
*가짜가 진짜를 잡아먹는 세상, 그런 세상이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 나는 가짜의 내가 아닌 진짜의 나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태어난 기질대로 그냥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