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사장님이 40대에 회사원이 되었다. -19

코로나 이전 신종플루 그때에

by 청비

2009년의 일이었다.

초저녁부터 손님들이 붐볐고, 테이블을 치우기가 무섭게 또 다른 손님들이 찾아왔다. 이런 날은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로 바빴다.

새벽 2시 30분이 되자, 마지막 손님이 나갔고 홀이 텅 비었다. 어떤 날은 영업 마감시간인 새벽 5시가 되어도 손님이 나가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다.

"손님, 죄송한데요. 영업시간이 지났습니다."

테이블로 찾아가 정중하게 고지를 해도 알았다는 대답뿐 도통 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손님도 많았다.

늦은 새벽에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2차이기 때문에 취기가 있는 상태로 방문했다.

사람이 술을 마시다 보면 어느새 거꾸로 술이 사람을 마시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래서 적당한 음주 습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가게는 복층으로 된 구조였다.

아랫층에는 주방과 홀이 있었고, 작은 방 하나가 딸려 있었다.

윗층에는 카운터와 홀이 있었다.

작은 방은 당시 8살인 아들이 놀기도 하고 숙제도 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다 혼자 잠들기도 했다.

대부분 초저녁에 어머니와 함께 사는 집으로 데려다 주곤 했는데, 그날따라 일찍 잠이 들었다.

"여보, 민이가 열이 펄펄 끓어. 열이 39도야!"

잠든 아이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것 같아 이마를 짚어본 순간 깜짝 놀랐다. 체온계의 눈금이 39도를 가르키자, 눈앞이 캄캄했다.


서둘러 가게 문을 닫고, 대학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남편이 아들을 업고 응급실 문으로 들어서자마자, 아이의 상태를 설명했다.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 선생님이 일단 해열제 주사를 놓고, 무슨 검사를 하자고 했다.

순간 세상이 정지된 화면처럼 얼어 붙었다.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안절부절했다.

검사가 끝나고, 링거를 투여하는 동안 아이는 계속 잠만 잤다. 너무 불안한 마음에 칵 눈물이 쏟아졌다.

"별일 아닐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남편이 창백한 얼굴로 애써 나를 안심시키려 했다.


"아이가 많이 힘들었을 텐데, 보채지 않던가요?"

"네......"

"검사 결과 신종플루입니다. 타미플루 약 꼬박꼬박 챙겨서 먹이시고 푹 쉬게 하세요.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어요."

"약만 잘 먹으면 나을 수 있는거죠?"

"네. 걱정 마세요. 오늘 병원에 와서 치료가 가능한 거에요. 하루 이틀 경과되었으면 치료가 어려웠을 거에요."

의사 선생님을 붙들고, 재차 확인했다.

별 탈없이 회복 가능한지 ......

말로만 듣던 신종플루라니, 다리에 힘이 풀렸다.

2009년 신종플루는 763,759명의 감염자와 27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었다. 치사율은 0.035% 였다.

많이 힘들고, 아팠을텐데 작은 방에서 얼마나 끙끙 앓았을까? 가슴이 미어졌다.

장사한답시고, 아이에게 너무 무관심 했던 건 아닐까?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다는 의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칼날처럼 심장을 파고 들었다.

하마터면......

생각만 해도 온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끔찍한 일이었다.

그 후로 아이에게 좀더 세심하게 신경쓰게 되었다.

아들은 어릴 때부터 뭘 사달라고 징징거리거나 보채는 일이 없었다. 애어른처럼 커가는 것에 대해 미안함과 불안함이 뒤섞여 나를 흔들었다.


내 아이가 신종플루 감염자가 되기 전에는 아무리 매스컴에서 신종플루에 대한 보도가 흘러 나와도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처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거나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벌어지지도 않았다. 심지어 마스크를 쓰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세상의 모든 불행에서 나를 예외로 두지 말라.

주변에서 화두가 되는 모든 일에 내가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

직접 내 아이가 그 당사자가 되고 보니 신종플루 감염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뼈져리게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세월이 흐른 지금, 코로나 19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상황에 대해 관할 수만은 없다.

보건소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에게 용돈을 모아 간식을 건넨 한 초등학생의 이야기를 접했다.

그 작은 아이는 우리에게 깊은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불행은 내가 행복하다고 방심하는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타인의 불행에 대해 공감하고, 아픔을 분배해야 한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한다면,

훗날 나의 불행에 대해 누군가도 그럴 것이다.

이타적인 삶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배타적인 삶은 살아가지 말아야 한다.

세상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커다란 과제다.

현재 우리나라 코로나19 현황은 확진자 248,568명, 사망자 2,279명으로 집계되었다.

전 세계 코로나19 현황은 확진자 116,607,440명 , 사망자 2,589,696명으로 보도되고 있다.

실시간으로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증가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4단계 발령중인 상태이다.

'설마 나는 괜찮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에 머무르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 19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면서 주변을 면밀하게 돌아볼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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