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사장님이 40대에 회사원이 되었다.- 20
호프집의 진풍경
호프집을 운영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 중에 하나가 화장실 청소였다. 화장실 청소는 남편이 주로 도맡아 했다.
사람이 술을 마시다가 술이 사람을 마시게 되는 경우에 종종 구토를 하는 손님들이 발생했다.
변기에 딱 적중해서 구토를 하게 되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화장실 곳곳에 너저분한 흔적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때로는 테이블이나 홀에 구토를 하는 학생들도 있었으니, 영업 중간 중간에 뒷처리를 하기도 했다.
남의 돈 번다는 게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님을 깨닫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뒷처리를 신속하고 확실하게 해야 하는 이유는 다른 손님들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기 위함이다.
"학생! 정신 차려봐요!"
"학생!"
정신없이 바쁜 타임이 지나고, 화장실 변기를 붙잡은 채로 잠든 여학생을 발견했다.
긴 생머리가 변기통에 담궈진 채로 바닥에 철퍼덕 주저 앉아 있는 모습, 참 난감했다.
더군다나 치마 한쪽이 속옷 안으로 말려 들어가 보는 자체가 민망스러웠다.
이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이제 면역이 되었다.
그 여학생은 자주 드나들던 패션 디자인과 학생이었다.
일행을 데리러 테이블로 찾아갔다.
함께 온 학생들은 마치 제 집 안방인듯 잠들어 있었다.
"학생! 학생!"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도무지 깨어 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일단 화장실에 있는 여학생을 널브러진 상태로 둘 순 없었다.
아르바이트 학생들과 힘을 합쳐 그 여학생을 테이블로 옮겼다.
술의 여파가 그렇게 무거운지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체구가 작은 여학생이었는데, 술에 취해 축 늘어져 있으니 도무지 감당이 안되었다.
우리는 잠시 이마에 흐르고 있는 땀을 닦아내고 숨을 돌렸다.
"에구. 적당히들 마시지."
"일단 좀 자게 내버려 두자. 자고 일어나면 정신이 들겠지."
테이블 위에는 빈 소주병과 생맥주 컵이 나뒹굴었고, 바닥에는 깨진 소주병 조각이 난자했다.
우선 테이블 근처를 말끔하게 정리했다.
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은 어느덧 새벽 3시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어? 이제 좀 정신이 들어요?"
어느새 일어나 머리를 감싸안고 있는 학생에게 물었다.
"네. 저희가 너무 달렸나 봐요."
학생은 숙취가 남아 있는 상태로 친구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그러게. 적당히 마셨어야죠. 다들 집은 잘 찾아갈 수 있어요?"
"네. 그럼요."
아직도 살짝 비틀거리는 모습에 걱정이 앞섰다.
과속은 서서히 가속도가 붙기 마련이다. 과속은 자동차에 무리를 주게 되며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다음부터는 천천히 달려요. 무리하지 말고."
그들의 뒷모습에 대고 말했다.
어쩌면 꼰대같은 소리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고, 또 어쩌면 '술집 사장님이면 술이나 팔지. 웬 참견?' 이라고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가게 매출을 올려 주는 건 감사한 일이었지만, 어쨌든 객기 어린 청춘들의 질주에 불안하기도 했다.
또 '젊은 날 한 때겠지.'라는 생각이 스쳐가기도 하는 시간이었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위안이 되지만, 지나치면 독이 된다.
술 장사를 하는 사람이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게 좀 낯설다는 느낌이 들지만, 아무튼 그렇다.
가끔은 남녀 커플이 들어와 남들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진한 스킨십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공장소에서 민폐라는 걸 알 법도 한데, 일일이 제지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도 허다했다.
집 밖은 서로 배려하면서 살아가는 공공의 장소이다.
일단 집 밖을 나서면 모든 행위에 타인을 의식할 필요가 있다.
그럴 생각이 없다면 집순이가 되어야 한다.
한번은 중년의 남녀가 찾아왔다. 제일 구석진 자리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한다.
금술이 좋은 부부라고 생각했다.
서비스로 싱싱한 과일을 조금 내드렸다.
"소주 한 병에 부대찌개요."
그들은 일주일에 두어번 씩 방문해 거의 같은 자리에서 같은 메뉴를 주문했다.
매출을 많이 올려주는 손님은 아니었지만, 지속적인 그들의 방문에 감사했다.
"오늘도 오셨네요."
나는 그들을 반가운 표정과 목소리로 맞이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출입문을 세게 밀고 들어 온 중년의 여자가 가게 안을 두리번 거렸다.
"어서오세요. 몇 분이......"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사람을 찾으러 왔다고 했다.
다소 흥분된 그녀의 모습에서 단골 중년 커플을 찾는다는 직감이 스쳤다.
"야! 너 이 새끼!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가정있는 남녀가 지금 뭣들 하는 짓이야?"
어느새 그들의 테이블을 발견한 그녀는 목청껏 소리 높여 퍼부었다.
세 남녀의 옥신각신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가게 안을 어지럽혔고 아수라장이 되었다.
입에 담을 수 없는 거북한 욕설들이 허공을 날아다녔다.
"저 손님, 죄송합니다. 다른 손님들도 계셔서 조용히 말씀을 나누시거나, 장소를 이동하시는 건 어떨까요? 부탁드립니다."
최대한 정중하게 부탁을 했다. 그들은 모두 흥분이 된 상태였고, 감정선을 건드리면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지 못할 것 같았다.
"네. 죄송합니다."
남자가 점잖게 사과를 하고 먼저 가게를 빠져 나가자 그녀들도 뒤 따라 나갔다.
의도치 않게 마주하고 싶지 않은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그 상황이 벌어지는 장소를 어쨌든 내가 제공했고, 나는 거기 서 있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하지만, 이런 불미스러운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갈등이 스멀스멀 연기처럼 올라왔다.
그 내적 갈등들은 틈틈이 내 시간들로 새어 나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내 직업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지는 못해도 악한 영향력을 미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생각들이 뒤엉켜 자꾸만 나를 뒤흔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출근을 하고 있다.
오늘은 그저 평범하고 일반적인 풍경들만 목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