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사장님이 40대에 회사원이 되었다.-25

위기를 극복하다.

by 청비

대학가 호프집을 오픈하고 한참동안 제법 장사가 잘 되었다. 피로에 찌든 육체였지만, 꽤 괜찮은 경제적 수익이 위안을 주곤 했다.

"오픈하고 쭉~~ 이 근방에서 탑이네요!"

주류를 배송하시는 기사님께서 술 상자를 나르며 말했다.

거래명세표를 내밀며 은근슬쩍 묻는다.

"이런 가게 하나 내려면 얼마나 들어요?"

님의 이 한 마디에서 삶의 고단함과 이직에 대한 희망이 엿보였다.

주류 배송하시는 기사님들의 이직률이 꽤 높은 건 사실이다.

몇 달에 한번씩 새로운 기사님들이 배송을 왔고, 그때마다 그들의 하소연을 들어줘야 했다.

생애 첫 직장인 어느 젊은 청년은 술 상자를 나르다 허리를 다쳐서 입원까지 했다.

대부분의 기사님들은 하나같이 허리 디스크 같은 고질병을 앓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퇴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기사님도 있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평생 해 온 일을 어찌 쉽사리 놓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던 어느 날, 가게 주변으로 프랜차이즈 호프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인테리어 중인 가게 앞을 지나칠 때도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장님, 오늘은 정말 한가하네요?"

아르바이트 학생 준호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참 착하고 성실한 준호는 손님이 없으면 편하다고 좋아하기는 커녕 오히려 우리 걱정을 했다.

"사장님, 큰일이네요. 새로 오픈한 집으로 손님이 몰렸나 봐요."

준호가 출입문 앞을 왔다리 갔다리하는 모습이 어쩐지 불안했다.

"준호야, 이럴 때라도 편히 앉아 있어. 오픈발이라는 게 있는 거니까."

솔직히 살짝 불안감이 엄습해 왔지만, 애써 태연한 척 했다.


프랜차이즈 호프집들은 다양한 안주(특히 퓨전안주)들을 개발해 선보였다. 사람들은 신선한 것에 끌리기 마련이다.

체계적으로 메뉴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본점이나 회사의 서포트는 막강한 무기였다.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며칠동안 출이 급격하게 줄어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우리 가게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손님들은 대학생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대부분은 용돈을 벌기 위해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겸하며 학교를 다닌다.

그만큼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이 학생들의 입장이며 현실이었다.


"소주 1+1 행사를 하면 어떨까?"

아르바이트 학생들에게 슬며시 물었다.

"저희야 당연히 좋죠~~ 소주 한 병값에 두 병을 마실 수 있다면 돈없는 학생 입장에서는 땡큐죠~~~"

2009년 당시 대부분의 술집에선 소주 한 병에 3,000원이었다.

그 당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소주 한 병에 1,000원~1,200원의 가격으로 입고가 되었었다.

소주 1+1 행사를 한다는 것은 술의 마진을 포기한 위험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무언가 매리트 있는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존에 대한 문제였기 때문에 며칠 고심했다. 그리고 소주 1+1행사를 한다는 전단지를 만들었다.

틈나는데로 밖에 나가 전단지를 돌려 홍보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런 일들이 낯설고 챙피했다.

"어?사장님! "

길 가던 학생들이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넨다.

"요즘은 술 끊었나봐?"

괜한 농담으로 너스레를 떨며 챙피함을 떨쳐본다.


그 후로 가게 안은 다시 활기를 찾았다.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매출 대비 순수익은 현저히 감소했다.

하지만, 때로는 눈앞의 이득을 과감히 포기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자영업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박리다매형' 영업 방식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오랫동안 주류 배송을 해오시던 기사님처럼 나 역시 쉽게 생계의 끈을 놓지 못했다.

가게를 매하는 과정에서 은행대출도 받았다. 매달 이자를 갚아나가야 했고, 아이 교육비에 매달 생활비에......

현실적인 문제들과 직면해야 했기 때문이다.

절박함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아이디어를 창출한다.

(일생이 편안한 사람보다) 고난과 역경이 많은 사람일수록 깊이 사고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그것은 위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과정, 그곳에서 얻어지는 삶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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