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사장님이 40대에 회사원이 되었다.-24

품위있는 왕

by 청비

"사장님, 오늘 매출 꽤 되겠는데요?"

아르바이트생 준호가 말했다.

"아 그래? 그럼 우리 오늘 회식할까?"

우리는 가끔 영업 마감 후 근처 24시간 감자탕집이나 고기집에 들리곤 했다. 가끔은 가게에서 술을 마시기도 했만, 밥상이나 술상은 남이 차려 주는게 더 맛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회식이라는 핑계로 퇴근 후 종종 다른 가게에 들리곤 했다.

우리 부부나 아르바이트 학생들은 다른 가게에 가면 어지간한 일은 셀프로 해결했다.

우리 가게에는 얼음물 추가나 재떨이 교체 같은 일을 네 다섯 번 이상 요구하는 손님들이 더러 있었다.

한가한 타임은 그나마 괜찮았지만, 정신 없이 바쁜 시간에 과하게 호출 벨을 누르는 경우에는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애를 먹었다.

기본안주로 나가는 (마른 오징어+ 황도+아이스크림+옛날과자+부침개)를 여러 번 리필하는 경우도 많았다.

대학가다 보니 기본안주가 나름 괜찮았다.

다른 기본안주는 무한리필이었지만, 마른 오징어는 1회 이상시 추가로 천원을 받았다.

가게 운영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손님이 왕이다.' 라는 말을 남용하듯 그들의 태도는 당당하고 거만하기까지 했다.

"마른 오징어 그까짓 거 얼마나 한다고, 그냥 좀 주지."

" 여기, 얼음물 세잔하고 재떨이좀 새걸로 갖다줘!"

소주 한 병을 앞에 두고 벌써 얼음물만 6잔째다.

우리 가게는 얼음물을 500cc 잔에 나갔기 때문에 벌써 얼음물만 3,000cc 째다.

"술을 마시러 온건지 얼음물을 마시러 온건지......"

아르바이트생 혜지가 궁시렁거렸다.

하지만, 얼음물을 양손에 들고 공손히 가져다 드렸다.

서비스업이라는게 님(왕)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고된 일임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과하게 무례한 손님들은 아무리 테이블 단가가 높아도 진심으로 환영을 받지는 못한다.

겉으로 보여지는 자본주의적 미소로 그들을 대할 뿐이다.

그리고 생각한다.

절대 그들처럼 무례한 왕(손님)이 되지 말자고.



매출에 큰 영향을 주는 테이블 단가가 높은 손님들에게는 서비스 안주를 내드렸다.

그리고 테이블 단가는 낮지만, 꼭 서비스 안주를 내드리는 경우가 있다.

'예의바른 손님들'에게는 뭐 하나라도 더 가져다 드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

테이블 세팅을 한 아르바이트 학생들에게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예쁘게 건네는 손님들,

적당한 선에서 호출을 하며 테이블 주변도 지저분하지 않은 손님들,

나는 그들에게 싱싱한 키위나 메론을 예쁘게 깍아 내드렸다.

그들은 '품위있는 왕'의 모습으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고,

진심으로 재방문하기를 바라곤 했다.


손님은 왕이라는 말보다 '품위있는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은 어떨런지......

물론 내 돈 주고 누리는 당연한 권리라고 여길수도 있겠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환영 받는 '품위있는 왕'이 다면 어떨까?

품위있는 왕(손님)과 친절한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소비문화는 분명 바람직할 것이다.

거만하기 짝이 없는 무례한 왕(손님)은 면전에서 대접을 받을지언정 뒷모습이 뜨끔뜨끔 할 것이다.

나라님 욕도 거침없이 하는 세상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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