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일을 저질렀다.
8월 중순부터 주말마다 옥상 데크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유트브를 시청하더니...
용접기를 사들이고 각관이며 방부목을 주문했다.
평생 용접이라고는 접해 본적 없는 사람이 자신의 손재주만 믿고 덜컥 !!!
'괜히 용접기만 무용지물 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용접은 초보자가 독학으로 할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고 들었다.
마음을 내려놓고 관망하는 자세로 지켜보기로 했다.
뙤약볕의 더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열심히 용접하는 남편. 일단 가접을 해 놓고 본격적인 용접을 한다고 했다. 이 더위에 용접도 문제지만, 모든 각관의 길이를 정확하게(오차없이)재단하는 것도 문제였다. 더군다나 일일이 수평계로 수평을 맞춰나간다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내 우려와는 달리 일이 착착 진행되어 갔다.
꼼꼼한 성격의 남편은 수평계로 전체적인 균형을 하나하나 잡아나가며 재단하고, 용접했다.
땀을 몇 바가지나 흘렸는지 시시때때로 가져다 주는 얼음물과 냉커피가 금방 동이 났다.
더위 탓에 밥생각이 없다고 해서 냉면이며 김치말이국수를 해줬다.
작업복은 금새 흥건하게 젖어버렸다.
아이러니하게 꼼꼼하면서도 급한 성격이니 완공기한이 정해진 것도 아닌데, 스스로 더 안달이다.
한 여름 불꽃 튀기는 그라인더질~~~
저 많은 각관들을 언제 다 재단하면서 용접하고 도색해서 완성할까?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다 한숨이 나왔다.
주말마다 5시 30분에 일어나 작업 시작이다.
황금같은 주말을 고스란히 갖다 바쳤다.
드디어 기둥 각관을 세우고 데크를 깔기 위한 밑판 작업을 하고 있다. 평소 습득력이 뛰어나고, 손재주가 좋은 남편이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제법 경사도가 완만하고 튼튼하게 만들었다. 시공일을 오래 해오던 지인이 감탄하면서 A급 기술자 같다고 했다.
오히려 기성품으로 나오는 계단보다 더 퀄리티가 뛰어나다.
이제 도색을 하고, 나무 데크 시공하는 일만 남았다.
아들과 방부목에 오일스텐 바르는 일을 조금 거들었는데, 온몸에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세상에!!! 이 더위를 참아가며 어찌 일을 했을까?
주말마다 어쩜 날씨는 이리도 쨍~~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가속도가 붙어 착착 일이 진행되었다.
일이 끝난 뒤 샤워를 해도 코끝에서 진한 쇠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했다.
한 달동안 주말마다 열정적으로 공들여 탄생한 옥상 데크다.
감성적인 분위기 연출을 위해 알전구도 연결해 주고, 텐트도 치고 ...
우와~~~!!! 까페가 따로 없다!!!
집 앞을 지나가는 차들이 멈춰서서 구경을 한다.
시공하는 과정을 내내 지켜보던 이웃들의 칭찬이 쏟아진다.
새로 생긴 아지트에서 책을 읽고, 글도 쓴다.
텐트를 치고 캠핑 분위기도 내고, 저 멀리 내려다 보이는 풍경을 감상한다.
밀리의 서재 오디오북을 들으며 모닝커피를 마신다.
갑자기 마음이 가득해지는 기분이다.
근사한 별장이 생겼다.
별장이 뭐 별건가?휴식과 힐링의 공간이겠지. 드라마에 등장하는 회장님의 호사스런 별장도 부럽지 않다.
무모한 도전이 아닐까? 의심했던 내가 이런 호사를 누리고 있다.
남편의 도전정신에 감탄하고, 의외의 결과물에 또 한번 감동했다. 뭐든 시도해보려는 남편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을 것이다.
가능성을 논하기 전에 먼저 시도해 보라. 도전하는 자에게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남편이 다음 프로젝트는 내 서재라고 했다. 벌써 구상을 하고 설계중이라고 했다.
근사한 서재가 탄생될 거라고 믿는다.
한번 정해 놓은 목표에 대해서 전투적인 남편의 성격을 닮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