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명절

by 청비


이번 추석은 당일날 산소에서 간소하게 성묘를 지내기로 했다. 코로나 19의 심각성에 대한 문제도 있었지만, 어머니께서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채 회복하지 못한 문제도 있었다.

물론 어머니의 제안이었다.

감히 대한민국의 (대부분의)며느리들은 제사나 차례를 패스하자는 말을 먼저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다.

'살아계실 때 효도하는 게 최고지. 돌아가신 다음에 상다리 뿌러지게 차려 놓는 게 무슨 소용이람?'

대부분의 대한민국 며느리들은 이런 생각을 품으며 하루종일 전을 부치고, 주방의 붙박이가 된다.

물론, 사람마다 개인적 견해가 다르므로 아닌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머니의 제안은 20여년 만에 처음 있는 뜻밖의 일이었다.

"우리 와이프 좋겠네?"

남편이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좋지."

단숨에 대답이 나올 정도로 솔직히 좋았다.

다른 때와는 달리 추석 전날 친정에 갔다가 추석 당일날 산소로 향했다.

새벽부터 장대비가 쏟아지더니 산소에 도착할 무렵 비가 그쳤다. 간소하게 소량의 떡,전,마른 오징어,고기 산적을 놓고 성묘를 했다.

작은 아주버님께서 뜻밖의 선물을 준비해 셨다.

한우등심 세트, 전복 세트, 사과 한 상자...

수입이 괜찮다며 지난 휴가때는 100만원의 휴가비도 주시더니, 과한 선물에 감사하고 미안했다.

돈벌이가 조금 괜찮다고 선뜻 나누고 베풀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작은 아주버님은 원래 사람이 착해서 주시는 거지. 돈이 많다고 모두 베풀 수 있는 건 아니야."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부부는 서로 닮아간다고 작은 형님도 한없이 착하다.

흥부네 부부같은 사람들이다.

시장에서 채소가게를 하는 작은 아주버님, 장사가 예전같지 않아 보이는데......

제비가 박씨 하나 물어다 줬으면 좋겠다.



집으로 돌아와 짐정리를 했다. 다른 때 같으면 전과 떡들이 넘쳐날텐데...... 이번 명절은 몸은 편했지만, 어쩐지 헛헛하고 쓸쓸했다.

하루종일 기름 냄새와 사람 냄새가 뒤엉킨 명절 분위기가 그리웠다.

종일 주방의 붙박이가 되어 음식을 장만하던 그때는 이번 명절같은 분위기를 소원했다.

막상 차례지내기 없는 명절이 되고보니 나는 또 시끌벅적한 그때가 그립다. 사람 참 간사하기 짝이 없다.

코로나가 소멸된 미래의 어느 명절날 나는 또 주방의 붙박이가 되어 있겠지.

이전보다 조금 더 즐거운 마음으로 명절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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