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던 계절

by esel

한창 멀게만 느껴지던 20대 후반에 와 있다. 막연히 이 나이가 되면 조금 더 안정적인 나를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다행히 그 기대는 나를 배반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관계는 물론 나 자신을 대하는 기준에도 미온한 안정감이 나를 감싸고 있다.


새롭지만 불확실했던 20대 절반을 함께 지나온 사람들과 종종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면, 몇 해라는 시간 안에서 각자 스스로를 끌어올려 온 흔적이 분명해보였다.


나 또한 성인이 되어 처음 다뤄보는 감정들 앞에서 흔들리고, 나를 증명하려다 오히려 나를 잃어버리기도 하며 수 없이 넘어졌다.


다행히 나를 향한 뭉근한 사랑들은 다시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요란하지 않게 나를 지켰다.


나를 나로 존재하게 해주는 사람들!


그렇게 사랑의 힘을 더 깊이 믿게 되었고, 오롯이 존재하는 나의 사람들에게 고유의 안식을 느꼈다.


20대의 절반을 지나온 지금,

고통이든 행복이든

주어진 모든 순간을 천천히 음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