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 고시계의 비공식 리포트, 양심은 옵션
대치동에서는 7세가 되면, 더 이상 ‘귀여운 아이’가 아니다.
이제는 시험을 봐야 할 대상이 되고,
인터뷰에 통과해야 하는,
정서 대신 정답을 외워야 하는 작은 스펙 생산기계가 된다.
“레벨은 몇 반이세요?”
“이제 인터뷰 보셨죠?”
“아직 최종 발표 안 떴어요?”
— 이건 7세 엄마들의 소셜 인사법이다.
그리고 이 모든 대화는 전제가 있다.
우리 애는 영재다.
증명할 방법은 많다.
파닉스 3회독, 블루래빗 전권, 디즈니 잉글리시,
그리고 무엇보다… 레테 입시 1차 합격 문자.
엄마들은 한 달에 백만 원 넘는 과외비를 ‘레벨테스트와 인터뷰 대비’에 쓴다.
모형 마이크, 면접 복장, 오답노트까지 만든다.
아이들은 연기하듯 웃으며 대답한다.
“Hello, my name is Jenny. I like broccoli.”
(물론 실제로는 초록색 보면 울고 도망간다.)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나는 어느 순간 이 시스템이 입시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라는 걸 깨달았다.
불안은 극의 긴장감이 되고,
합격은 시즌1 피날레,
엄마들은 제작자이자 관객이며, 동시에 주인공이 된다.
그리고 또 문득,
내가 그 시험지를 쥐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을 때,
유혹이 들끓는다.
“애들한테 외우라고만 하면 돼요. 그럼 붙어요.”
그 한마디가 통하는 세계.
합격시키는 건 실력이고,
양심은 선택 옵션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그 배역을 택하지 않는다.
그건 내 배역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양심이 남다르고 도덕성이 투철해서 그런 건 아니다.
그럴 리가 있나.
나는 단지,
지금 내가 비트는 이 현실의 리듬,
그 안에 숨겨진 모순과 웃픈 진실들을
조금 더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이 작업—
이게 재밌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돈을 벌고, 누군가는 레벨을 올리고,
나는 그냥 그걸 바라보며 웃긴 글을 쓰는 사람.
그리고 때론, 그게 세상을 조금은 똑바로 보게 만든다고 믿는 사람.
그 정도면, 괜찮은 포지션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