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은 그녀의 무대, 강사는 그녀의 카드다
돼지엄마는 나이트에만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진짜 돼지엄마는 도곡동 주상복합에 산다. 내 기억에 보안 요원이 잘생겼다.
그것만으로도 이 아파트의 '입지'는 증명된다.
그녀는 강사를 '사'는 사람이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학원 선생님을 픽업해서
선릉에 조그만 오피스텔을 빌린다.
그리고 그 안에 대기업 회장 손자, 연예인 자녀,
1% 중의 1%를 넣는다.
그 수업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스펙이다.
수업료? 선생님께 드리는 건 한 회당 100만 원.
한 명이 듣든, 다섯 명이 듣든 총액은 같다.
그러니 친구를 많이 데려올수록 단가가 내려간다.
단, 그 친구들이 이 사교육판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어설프게 들어왔다간, 분위기값만 내고 나가게 된다.
"그 방에 있다"는 사실 하나로 이미 가문의 자부심이 세팅된다.
거기선 영어를 배우는 게 아니라,
지위와 연결을 연습하는 것이다.
이 돼지엄마는 교육 플랫폼이자, 스카우터다.
신생 학원이 뜨기 시작하면,
"아 저 원장님, 걔랑 손잡았네" 소문이 돈다.
왜냐고?
그 돼지엄마가 아이를 그 학원에 보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엄마의 등장 = 신생 학원의 기사회생
조건은 단 하나.
1% 애들을 데리고 와야 한다.
그럼 나머지 99%는 따라온다.
학원은 살아남는다.
단, 그 1%는 그냥 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 엄마가 움직인다.
강사를 섭외하고, 수업을 기획하고, 스케줄을 짜고,
엄마가 사장, 아이는 팀장.
같은 학원 세 군데를 동시에 보내
누가 강사인지, 누가 페이크인지,
무엇이 진짜 ‘정보’인지 스스로 분석한다.
그건 거의 가정 기반의 데이터 마케팅 회사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이 판에서 제일 공부 많이 하는 건 아이가 아니라,
그 돼지엄마다.
그녀가 무섭거나 나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 정도의 정보력과 기획력, 그리고 추진력은
대기업 C레벨도 울고 갈 수준이다.
나한텐 단지 웃긴 것뿐이다.
그녀의 세계에서 아이는 교육을 받는다기보단,
엄마의 전략 안에서 배치되고, 운용되는 리소스다.
누가 웃고, 누가 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이 게임에선 입지가 전부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대치동에 발을 들이면,
그 돼지엄마의 그림자에 얼마나 노출되느냐는 건
거의 운명에 가깝다.
나?
그 판을 바라보며 가끔 웃음이 새는 사람이다.
보안요원이 잘생긴 건 정말 부럽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