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안 저래”의 함정
멀리서 본 대치동은, 망원경으로 들여다본 외계 문명 같았다.
“애를 사람이 아니라 기계로 키운대.”
“저긴 교육이 아니라 전투야.”
…그러나 내가 가까이에서 본 그 '기계'들은 웃음이 많았고, 밥을 잘 먹었고, 말끝마다 '감사합니다'를 붙였다.
반면, ‘행복한 교육’을 외치던 우리 동네 사람들 눈에서는 늘 뭔가 졸리고 지친 기운이 났다.
“나는 그렇게까지는 안 해.”
“우리 애는 자연스럽게 자랄 거야. 창의력으로 미래를 열지.”
그렇게 말하던 부모는, 아이가 알파벳을 몰라 담임에게 상담을 받고 있었다.
다름은 ‘도망’이 아니라 ‘선택’이어야 한다.
나는 다르니까, 라는 말은 책임을 덜어주는 주문이 아니다.
진짜 다르려면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묵직하게 감당해야 한다.
대치동에도 이상한 사람은 있었다.
과외비로 200을 쓰고도 성적이 오르지 않자 강사에게 새벽 1시에 전화를 거는 사람.
“너는 SKY 아니면 필리핀 간다”고 7살 아이에게 협박하는 사람.
하지만 그런 기이한 풍경은 안산에도, 송파에도, 전주에도, 뉴욕에도 존재한다.
진짜 문제는, 그런 장면을 보며 “우린 저러지 않아”라며 안도하는 태도다.
그것이 바로 정신승리다.
내가 진심으로 놀란 건, 대치동에서 만난 아이들이 대개 상식적이고, 겸손하며, 남을 먼저 배려했다는 것이다.
부모들도 조용했고, 사려 깊었고, 말을 아꼈다.
강사들 사이에서도 '문제 있는 부모'는 늘 손에 꼽혔다.
그러니 결론은 명확하다.
이상한 건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고, 사람의 생각이 만들어낸 세계다.
앞으로 내가 쓸 글이 모두 진실은 아닐 수 있다.
그저 그곳에 있었던, 꽤 오래 있었던 사람의 목격담일 뿐이다.
요즘 나는 그곳을 떠나 이쪽 세상에서 자주 정신승리를 한다.
'그래도 나는 덜 치열하게 살고 있다', '나는 덜 조급하다', '나는 덜 이상하다'.
그런데 문득문득, 그 말들이 전부 방어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지금도 아마 나는 또 한 번, 스스로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