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바지의 역습: 이를 갈고 돌아온 초딩과 그 엄마

프렙반, 그곳은 자존심을 맡기는 곳

by Lumi 루미

그 아이를 처음 본 건 내가 일하던 한 학원의 프렙반에서였다.
프렙이라는 건 뭐냐면, 정규반은 힘들고 그렇다고 입학을 거절하긴 애매한 애들을 위한 대치동식 ‘임시 보호소’다.
3개월 안에 성적 올리면 정규반 들어가게 해줄게, 하는 약속.
하지만 모두가 안다.
그 반의 존재 자체가 약간은... 깍두기 느낌이라는 걸.
들어는 가야겠고, 자존심은 좀 구겨야 하고.

아이는 똘똘했다.
영유도 안 다녔는데 발음 좋고 리딩도 괜찮았다.
엄마가 아침마다 영어 노출에 생을 건 덕분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대치동의 말도 안 되는 기준치.
초1이면 5문단짜리 에세이를 써야 한다.
7살짜리가 찬반 논거를 정리해서 에세이를 쓰는 동네.
에세이를 못 쓰면 프렙행.
토플 리스닝 1.5배속 안 들리면 프렙행.
그리고 이 아이는 그렇게 프렙반에 들어왔다.

그날 그날 본 시험은 당일 인터넷으로 확인되고, 단어들은 ‘엄마표 영어’와는 무관한 것들뿐이었다.
프렙에서 정규반으로 간신히 턱걸이로 올라가긴 했지만, 이 동네는 매 시험이 다시 떨어질 수 있는 데스매치다.
그러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고,
그렇게... 어느 날 교실에서 오줌을 쌌다.

키도 작아 발이 땅에 안 닿는 아이가,
오줌 젖은 바지를 입고 30분을 앉아 엄마를 기다렸다.
교포 선생님은 “오 마이 갓”을 외치며 상담실로 보냈고,
엄마는 달려와 아이를 안고 울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학원에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시스템이 원래 그랬다.

그로부터 3년 후.
나는 또 다른 학원에서 수천 명 중 한 명을 인터뷰하고 있었다.
이젠 교실에서 아이가 어디를 바라보는지만 봐도 성향이 보이는 경지에 도달해 있었고,
로봇처럼 인터뷰하는 나에게 어떤 엄마가 다가와 말했다.
“혹시 기억하시죠?”

나는 기억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의 리딩 시험 점수를 보여주었다.
커트라인이 50점이면, 제일 잘하는 애들이 60~70점대였는데
그 아이는 90점대를 찍었다.
누군지 궁금해서 인터뷰 전 확인해보니...
바로 그때, 오줌을 쌌던 바로 그 아이였다.

엄마는 말했다.
“그 뒤로 학원 다 끊고 수학도 영어도 다 안 시켰어요.
그냥 4년 동안 미친 듯이 책만 읽었어요. 국어책, 영어책 가리지 않고.”

나는 그 말에 덕담을 건넸다.
“그게 진짜 교육이죠.”
뭐 그런 식으로.
하지만 결국 등록은 안 했다.
그냥, 보여주러 온 거였다.
이를 갈고 돌아온 초딩과 그 엄마의 복수극.

책만 읽는다고 애가 저렇게 자란다는 걸,
그리고 저 시스템을 이겼다는 걸 보여주고
그냥 훅 떠난 거다.

진부하다면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책을 많이 읽으면 결국 이긴다’는 오래된 전설.
하지만 적어도 이번만큼은,
그녀의 복수는 화려했고, 충격적이었으며,
정확히 목표를 조준하고 있었다.

탑학원, 탑점수, 그리고
한마디 말 없이
우리 앞에 메시지를 남기고 사라진 여자.

그녀는 교육 시장에 조용히 복수하고 간 거다.
바지 젖은 아이를 데리고, 책 한 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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