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강남 엄마의 참교육 현장
아이의 성적표와 상장, 그리고 웬만한 화장품 로드샵보다 많은 레벨 테스트 결과지를 품에 안고, 한 엄마는 마치 택배기사처럼 큰 박스를 들고 왔다. 그리고 나와 코티칭하는 원어민 선생님을 찾더니, 상담실 문 앞에 떡하니 서서 선언했다.
“저희 아이는 강남교육청에서 관리하는 영재예요!”
그 엄마는 오전에 분기별 상담을 신청해 와서,
디올 립스틱과 스타벅스 커피 두 잔, 고급 간식 박스를 선물하며
“이런 훌륭한 커리큘럼과 선생님들은 처음이에요~”라며 미소로 출발했다.
그러나 저녁,
레벨이 내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방문한 그녀는
태세 전환의 교과서 1장 1절을 몸소 시전했다.
“저 미국 여자가 우리 애를 뭘 안다고요?!”
“우리 아이는 절대 레벨 다운이 될 수 없는 아이예요. 아니, 어떻게 감히?!”
책상 위에는 상장, 독후감 대회 수상작, 영어캠프 사진, 토플 성적표,
그리고 그녀가 준비한 ‘우리 애 잘난 맛 백서’가 펼쳐졌다.
방 안은 거의 강남 엄마판 입시 설명회였다.
사실 이 학원은 3개월마다 레벨 테스트를 본다.
점수가 낮으면 내려가고, 또 내려가고, 계속 내려가면...퇴원이다.
‘수행평가 떨어지면 내신이 망해요’는 이 세계에선 귀여운 위협이고,
여긴 ‘이번에도 못 오르면, 그 반은 영영 못 돌아가요’라는 돌직구 디스토피아다.
그러니 이 레벨은 단순한 반이 아니다.
그녀에겐 가문과 영재성과 미래 서울대 수시까지 직결된 족보의 위치였다.
그날 나는 또 하나를 배웠다.
이곳은 영어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자존심을 매입하고, 기대를 환전하며, 불안으로 레벨을 조정하는 곳이라는 걸.
그리고 무엇보다,
초등학생이 느껴야 할 절망은 사실 그런 게 아니었다.
먹던 아이스크림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
친구가 자기가 만든 레고를 무너뜨렸을 때,
혹은 좋아하던 유튜버가 활동 중단했을 때
—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여긴 다르다.
여기서 아이의 절망은,
“레벨이 내려갔다는 사실을 안 엄마의 얼굴”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므로 이 학원은 더 이상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가문의 명예와 아이의 유년을 담보로 거래되는 조용한 지하 서바이벌 게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