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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원 Oct 18. 2024

희망의 글쓰기

   이번주 화요일 아침에 나는 스타렉스 뒷자리에서 털털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자동차를 살폈다. 뒷바퀴에 펑크가 나서 바퀴가 납작해져 있었다. 나는 펑크 난 바퀴를 보며 펑크 난 인생을 생각했다. 


   그날 은평구 평생학습관에서 강의를 듣고 6호선을 내려 경의선 디지털 미디어시티역에서 전철을 기다렸다. 나는 전철이 이쪽에서 오겠지라고 생각했다. 전광판에는 곧 전철이 도착한다는 안내가 나오고 있었다. 전철은 내가 생각한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에서 진입했다. 방향을 잃으니 이쪽이 저쪽 같고 저쪽이 이쪽 같았다. 


   이번주 수요일 오후에 나는 펑크 난 바퀴를 때우듯 펑크 난 인생의 한 틈을 때웠다. 

   오랜만에 광화문에 나갔다. 오랜만에 나가니 근 삼십 년을 보낸 그곳도 마치 외국의 한 거리를 걷는 것처럼 생소했다. 광화문 사거리를 지날 때 종각방향으로 뚫린 하늘에 둥근달이 걸려 있었다. 달이 아름답게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교보문고 빌딩에는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라는 윤동주 시인의 시 <자화상>의 시구가 걸려 있었다.


   나는 길을 걷다 말고 우두커니 서서 달이 그리는 세상을 느끼고 시가 그리는 세상을 상상했다.

   나는 강의를 듣기에 앞서 요기를 할 겸 식당을 찾다가 새문안교회에 이르렀다. 새문안교회는 우리나라 최초 교회들 중 하나로 십 년 전 내가 사회통합위원회에서 근무할 때 직장인예배를 드렸던 곳이었다. 들어가니 1층 새문안홀에서 찬양소리가 들렸다. 한 사람은 노래를 부르고, 한 사람은 기타를 치고, 한 사람은 피아노를 쳤다. 나는 뒷자리에 앉아 찬양을 들었다. 찬양은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지친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제주도 외돌개 해변에서, 또 강화도 동막해변에서 보았던 파도처럼 잔잔히 때론 강하게. 나는 처음에는 마음으로, 중간에는 조용히 함께, 마지막에는 다시 마음으로 찬양을 불렀다. 그러는 사이에 내 마음에 희망의 둥근달이 떠 올랐다.  


  달려 

  달려 

  뛰어 

  뛰어

  날아

  날아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교회가 나그네에게 찬양을 들려준 것처럼, 누군가 우연히 글을 읽고 다시 일어설 용기와 희망을 준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괜찮지 않을까?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브런치에서 글을 쓰지 않는 동안 가끔씩 나의 글을 클릭했던 독자들로부터 내가 얼마나 큰 용기를 얻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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