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리즈 <당신 없는 도시에서>

by 서하


나는 지금 서울이란 대도시의 중심에 있습니다. 한 손으론 캐리어를 질질 끌고, 계단 앞에선 손잡이를 잡아 오릅니다. 숙소 체크인 시간이 아직 멀었거든요.


광화문 광장 인근의 카페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익숙한 감각이 느껴집니다. 서울이란 거대한 도시에 있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카페 내부는 제주도의 여느 카페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당연한 일인데, 이곳에서의 당연함은 한 단계를 경유하는 듯합니다.


막상 서울에 도착하고 나니, 왠지 모를 외로운 감각이 깨어납니다. 사람으로 가득 찬 공간이지만 나는 그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외로움 역시 괜찮아지게 되는 걸까요.



당신 없는 이 도시에서 당신이 자꾸 떠오릅니다.


당신과 함께 서울의 기다란 건널목을 걷고 싶습니다.


당신과 같이 이 도시의 공기를 마시고 싶습니다.


당신과 함께 제주의 어느 골목을 걸었던 것처럼요.



이 거대한 도시에서 당신과 같이 따듯하고 빛나는 눈을 가진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요.


나는 당신과 같은 방식으로 숨을 쉬는,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요?



2025년 9월 24일, 수요일.

오전 11시 34분, 광화문 인근의 익숙한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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