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리즈 <440km>

by 서하

2025년 9월 26일, 금요일


<440km>


당신의 지나온 길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당신의 십 대 시절과 지금의 시절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지금의 나는 당신과 440km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여전히 나의 모든 건 남쪽의 외로운 섬*에 있습니다.

가족과 친구, 그리고 당신 역시요.


모든 걸 새로 시작하려니 하루하루가 고됩니다.

일자리를 구하는 것 역시 쉽지 않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이제 와 새삼 느끼는 일이지만,

내가 제주에서 당신을 만난 건 희박한 확률의 연속이었습니다.


내게 다가온 당신,

내게 말 건 당신,

내게 미래를 얘기한 당신.

나는 그것이 결코 아무것도 아닌 시간들의 행렬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신 역시 느꼈겠죠.



이젠 내 곁에 없는 당신을 떠올리며,

나는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웃는 얼굴을 보며 느꼈던 감정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지금의 나는 그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오후 5시 44분, 인천의 10층짜리 건물에서.


*남쪽의 외로운 섬은 제 산문 <남쪽의 외로운 섬에서>에서 따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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