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시리즈 <Better than you>

by 서하


지금은 퇴근길입니다. 버스에 올라 인천의 밤을 지나치고 있습니다. 이어폰에 흐르는 노래를 듣다 보니 나를 지나친 혜성이 떠오릅니다. 어떤 노래는 어떤 이의 인생을, 얼굴을 떠올리게 하곤 합니다.



지금은 내 어깨 위 팔 올린 큰 키의 남자를 떠올리고 있습니다. 한때 그의 일부가 되어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던 내가 버스 창문에 비쳐 보입니다. 모든 것을 제주에 두고 온 스물의 소년 말입니다.




나를 여름밤에 두고 떠난 그의 뒷모습이 아직도 선하기만 합니다. 더위의 계절이 무색하게, 나의 속은 급격히 차가워졌습니다. 내 안의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카페보다 게임을 좋아하던 남자, 대화보다 만화를 좋아하던 남자. 누구보다 열심히 먹는 남자. 어쩌면 처음부터 나는 그의 행성 밖 존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행성의 존재는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요.




제주에서의 거리, 38km.


집 안에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는 매일 쏘다녔습니다. 내내 38km를 넘어, 시내에서 시간을 보내다 저녁이 되면 돌아오는 버스에 올라 하루를 정리했습니다. 나는 그런 삶을 꽤 바라왔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삶을 살다 그를 만났습니다. 그는 특유의 결단력으로 바로 다음 날 약속을 제안했고, 나는 결단 있는 그의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그 당시 우리의 거리는 1km였습니다.




인천에서의 거리, 440km.


인천에 있는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가끔은 제주의 바닷물이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 같습니다. 나의 전부였던 제주는 이제 어렴풋한 거리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의 웃는 얼굴은 만월을 닮아, 그와 함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지금의 나는 다만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 역시 나와 같은 달을 바라보고 있음을 떠올립니다.




스물의 소년은 스물하나의 나이를 앞두고 있습니다. 올해 역시 하나의 정류장을 지나, 더 나은 스물하나를 시작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소년은 비록 달에 닿지 못했지만, 앞으로의 나는 제주의 곶자왈과 닮은 사람을 사랑하고자 합니다. 겨울이 지나고 나면 분명 짙은 초록으로 무성해질 곶자왈을 떠올리며, 나뭇잎 사이 스치는 여름의 태양을 떠올리며, 결코 무너지지 않을 대자연을 떠올리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더 나은 내가 되어, 더 나은 누군가와 함께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2025년 10월 31일 금요일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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