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이글 Sep 17. 2022

연구원의 MZ 세대들(1)

코로나 이후 직장생활을 한 사람들

나는 연구원에서 박사급 연구원이며 중간관리자이다. 위로는 박사학위 취득 후 경력 15년이 넘은 상사인 센터장님을 모시고 있고 아래로는 석사급 연구원님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내가 속한 센터에서는 규모가 클 때는 석사급 연구원이 10명 이상 소속되어 있었던 적도 있다. 올해 봄 조직개편으로 인해 5-6명 내외로 축소되었긴 했지만, 그래도 석사급 연구원들을 중간에서 관리하는 것은 내 몫이다.


사실 나의 출신성분(?)을 거슬러 올라가면 연구원으로서 나의 커리어도 석사급 연구원으로 시작되었다. 박사학위를 취득하기 전까지 석사급 연구원으로 6년 이상 일했기 때문에, 지금 내가 관리하고 있는 석사급 연구원님들이 받는 처우, 업무의 수준, 워라밸 등 석사급 연구원으로서의 생활은 나도 충분히 그 위치에서 경험해본 바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석사급 연구원 시절을 경험하지 않고 박사학위를 따고 연구원 생활을 시작한 박사들에 비해 나는 석사급 연구원들의 입장을 보다 다각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과 가끔은 동질감을 느낄 때도 있지만, 종종 '라떼는 안 그랬는데'라는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그 중 하나는 '아프면 쉬기' 문화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이후 정부에서는 '아프면 쉬'라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코로나 이후 직장생활을 시작한 석사급 연구원들을 살펴보면, 이들은 출근해야 하는 날에 아프면 쉰다. 그것도 오전 출근시간대에 나한테 카톡이나 문자를 보내서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혹은 '몸살기운이 있어서' 쉬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한다. 사전에 연차를 결재 받지 않고 출근을 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이건 엄격히 보면 '결근'인데, 코로나 이후로는 당일 아침에 일어나서 몸이 조금이라도 좋지 않으면 쉬는 게 당연한 문화가 점점 자리잡아 가는 것 같다.  물론 '결근'으로 처리되지는 않는다. 사후 연차를 올려도 되는 것으로 암묵적으로 양해가 되고 있어서 행정적으로 '결근'으로 처리하지는 않지만 나의 마음 속에서는 왠지 결근처럼 느껴진다.


이는 평소에 성실한 사람이었는지 불성실한 사람이었는지와 상관이 없이 나타나는 행태이다. 평소에 불성실하고 업무를 못하는 연구원 중에서 이렇게 당일 통보 '결근'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에 대한 욕심도 있고 나에게 깍듯한 예의를 보이는 사람 중에서도 이런 '결근'을 한 달에 두 세번 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개근상은 기본적으로 꼭 받아야 되는 상이라고 머리 속에 각인된 80년대생이다. 전날 회식에서 과한 음주로 술병이 거하게 났어도 일단 다음 날 정시에 출근해서 자리를 지키다가 점심시간에 링거를 맞으러 병원에 가는 한이 있어도(실제로 그런 적도 있다) 출근시간 준수가 나에게는 목숨만큼 중요하다. 이건 내가 단순히 구세대라서이기보다는 내 개인적 특성에서도 발현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관리자로 일한 지 3년차이지만 아직도 이렇게 당일 연차를 쓰겠다고 '통보'를 하는 연구원들이 낯설고 가끔은 살짝 불쾌하기도 하다. 그런데 '컨디션이 안 좋'거나 '몸살기가 있'다는데 어쩌겠나. 대응해줄 말이라고는 "잘 알습니다. 그럼 푹 쉬시고 내일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습니다.""라고 카톡이나 문자 답장을 하는 수 밖에 없다. 사실 정말로 피력하고 싶은 메시지는 "직장인에게는 건강관리도 자기관리입니다."이다.


코로나 이후 직장생활을 한 MZ 세대들은 뭔가 기존 윗세대와는 마인드가 다른 것 같다. 혹자는 이를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직이 본인을 지켜주지 않는 것을 정확히 인식하고 본인의 건강과 안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행태가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의 직장생활 문화가 이렇게 변화하게 될지 향후가 궁금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는 아무리 몸이 아파도 일단 출근해서 직접 연차를 올린 다음에 귀가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건 내가 아직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아서 심하게 아파본 적이 없어서 호기롭게 하는 말일 수도 있다.

작가의 이전글 연구원도 직장인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