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보다 냄비밥
나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읽고 싶은 책이 많을 뿐이다. 시간을 내어 책을 펼치지는 않는다. 그저 시간이 스스로 여유로워질 때, 문득 책장을 넘기곤 한다.
책을 읽을 때조차도 나는 온전히 책에만 몰두하지 못한다.
오늘은 책을 읽으며 밥을 짓는다.
냄비에 쌀을 안치고, 물을 자작하게 부었다. 냄비밥은 가스레인지 위에서 천천히 익어간다.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안다. 냄비밥은 손이 많이 간다는 걸.
나는 책을 세 줄쯤 읽을 때면 고개를 들어 냄비를 살핀다. 물이 끓으면 불을 줄이고, 김이 찼다 싶으면 뚜껑을 열어 숨을 내보낸다. 여간 손이 가는 일이 아니다.
결국, 책은 잠시 덮고 말았다.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책이 아니다. 아무리 깊은 울림이 담긴 문장이라 해도, 지금 이 순간 나를 사로잡는 건 냄비 위에서 익어가는 밥이다.
맛없는 밥은 하루를 망가뜨린다. 잘 지어진 밥 한 그릇은 하루를 지탱한다. 그래서 오늘은 내 하루의 기반을 다진다.
아마도 오늘 하루는 괜찮을 것 같다. 밥 냄새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