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티슬라바에서 부다페스트까지
브라티슬라바에서 부다페스트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여느 여행이 그렇듯, 가장 재미없는 순간은 이동 중일 때다.
비행기든, 버스든, 기차든—이동 시간은 늘 지루하다.
운이 좋으면 옆자리에 말이 통하는 외국인을 만나
그 지루함이 예상치 못한 즐거움으로 바뀌기도 하지만,
이번 여행은 그런 운이 따르지 않았다.
나는 창밖을 바라봤다.
끝없이 이어진 초록빛 풀들이 버스창 너머를 채우고 있었다.
10분 전 풍경과 10분 후 풍경이 별다를 것 없이 반복됐다.
가끔 말을 실은 차들이 옆을 스쳐 지나갔지만,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았다.
졸다 깨기를 반복하다 문득 창밖을 보니
버스가 다리 위를 지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다리가 아니라 꽃밭이었다.
물빛과 꽃의 색이 너무도 비슷해 착각을 일으켰던 것이다.
그 꽃밭을 시작으로, 창밖의 풍경은 변하기 시작했다.
단조롭던 초록빛은 사라지고,
푸른빛, 빨간빛, 노란빛, 자줏빛이 차례로 눈을 간질였다.
이동 시간이 지루함으로만 가득 찬 건 아니었구나.
지금까지의 여행에서는 없었던,
아주 작지만 소소하게 놀랄 수 있었던 순간.
그 경치와 감정을 이렇게 글로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