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에세이

돈이란 뭘까

by 외국인 노동자

언젠가 친구가 갑자기 내게 물었다.

“너 100억 있으면 뭐 할래?”


질문을 던진 그는 곧바로 자신의 답을 내놓았다.

“나는 20억은 ETF에 넣고, 40억으로 서울 노른자 땅에 집을 살 거야.

나머지 40억은 차도 사고, 친구들한테 좀 나눠주고...”


뒤의 말은 솔직히 흥미롭지 않아서 잘 듣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정말 100억이 있다면, 나는 뭘 할까?

나는 지금 월급엔 대체로 만족하지만,

지금 하는 일 자체엔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100억이 있다면

‘내가 만족하는 일’을 찾아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일은 나에게 필수다.

돈이 많아지면 일을 덜 하게는 되겠지만,

아예 그만두지는 못할 것 같다.

나는 일이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연결망의 중심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100억이 있다면,

나는 아마 하루 4시간 정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할 것이다.

100억을 굴린다는 개념은 나에겐 사치다.

나는 펀드매니저가 아니고,

그런 돈을 굴릴 자신도, 욕망도 없다.

사실 10억이면 충분하다.

100억은 나에겐 실체 없는 숫자에 가깝다.

만져본 적도, 본 적도 없는 돈이다.


그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며,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되는 삶,

그게 더 중요하다.


좋아하는 밥을 먹고,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게 가장 큰 행복이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또,

돈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돈은 내게 일종의 방패 같은 개념이다.

누군가 아플 때, 사고가 났을 때,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방어막.

돈이 있다면,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고, 병원비를 낼 수 있으며,

내 반려동물을 치료할 수 있고,

아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을 해줄 수 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돈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는

“돈이 많아서 생기는 문제”보다 훨씬 더 가슴 아프다.

결국은 돈.

아무것도 아닌 종이쪼가리.

요즘은 종이도 아닌, 디지털 쪼가리다.

그것 하나 없어서

내 소중한 사람, 내 소중한 일상들이 무너지는 건

참 안타깝고 씁쓸한 일이다.


요즘 사람들에게 “돈이 중요하냐”라고 물으면

대부분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한국인은 설문조사에서도 그렇게 답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외국인은 또 다를까?

우연히 친구의 친구, 영국인 ‘존’을 만난 적이 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나는 그의 말을 60%쯤밖에 이해하지 못했지만,

요지는 이랬다.

“너의 가족은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너 자신을 먼저 챙겨야 해.

자동차는 없어도 되고,

아이들 문제는 나중 일인데 왜 지금부터 걱정해?”

그의 말은 결국

“그런 것 없어도 너는 잘 살아가지 않냐?”는 것이다.


물론 그가 나이가 많아서

자신의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렇게 말했을 수도 있다.

그 시절도 격변의 시대였겠지만,

지금은 훨씬 더 급변하고 불안한 시대가 아닌가.

나는 그의 말에

어느 정도는 공감하지만, 완전히 동의하지는 못했다.


아마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그의 말을 다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나는 생각한다.

나라가 다르고, 시대가 다르고, 사람의 처지도 다르다.

그래서 "돈"이라는 주제 하나를 두고도

그 가치와 무게가 달라지는 법이다.


나는 궁금하다.

지금으로부터 20년 뒤,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때도 여전히,

돈을 삶의 방패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아니면 그저

허영에 가득한 사람들이 열광하는 디지털 쪼가리로

생각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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