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

여름과 작별하는 법

by Ashley

할머니 혼자 긴 시간을 가꾸고 지키신 이 시골집 앞터에는 복숭아나무가 즐비했다.


과수원 농사를 지으셨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좋은 상품은 골라 담아 파셨다. 그 바로 아랫급의 과일은 가족들의 차지였는데, 바구니 한가득 담겨 트럭 옆에서 기다리다 돌아와야 했던 이 과일들은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 백화점에서 선별 당해 플라스틱으로 쌓이고 리본을 붙여 진열된 과실들보다 맛도 과즙도 더 풍부했다. 그렇게 조청 색의 고무대야에 담겨 현관에 안착하면 나는 숨 들숨과 날숨을 한 줌씩 아껴가며 단숨에 먹어 삼켰다.


할머니 집 현관에 앉아있으면 어렸을 적 자두와 복숭아 과즙을 이리저리 흩뿌리며 먹던 어렸을 때의 내가 생각난다. 과일만으로 채워진 배는 해 질 녘 파도를 치며 안방으로 들려 눕혀졌다.


마음도 배도 다디단 잠을 푹 자고 일어나면 집에선 여전히 복숭아 향이 맴돌고 있었고 과일즙이 남아 묻어있는 두 볼에 찬바람이 스치면 도시에서의 습하고 끈적거리는 여름은 금강의 고인 물과 산바람에 날아가 없었다.


그렇게 나의 어린 시절을 향긋하게 보관해준 복숭아는 커서 돌아온 시골에서 오랜 시간 일어나 요리하기 어려우신 할머니의 힘듦을 덜어주는 주된 식사이자 간식이 되어있었다.


9월 중순, 복숭아 농사가 마무리될 즈음에 건강이 점차 돌아오신 할머니께서는 온전히 향유하지 못하신 여름의 끝맺음이 아쉬우셨는지 복숭아를 찾으셨다. 마트와 시장에서는 몇 남지 않은 박스를 손에 꼭 쥐고 높은 가격이 아니면 내어주지 않았다. 높은 가격을 우연히 알게 되신 할머니는 길가에 파는 직판매장이 훨씬 저렴하시다 하며 찾으시길 원하셨다. 아쉽게도 직판매장에서는 샷인 머스캣만 불티나게 팔리고 있어 복숭아는 희귀했다. 다시 마트로 돌아가 사다 드린 복숭아를 할머니는 돈 많이 썼다 속상해하시면서도 맛있다 하시며 잡수셨다. 어렸을 때 나에게 “어떻게 어린아이가 이 큰 복숭아를 몇 개씩을 먹니…” 하고 놀라시면서도 배 아프실까 걱정하셨는데 그때 나를 바라보실 때 이렇게나 따뜻한 감정이셨을지 생각해보았다.


가격이 무슨 상관이랴. 할머니가 이렇게 좋아하시며 드시는데.


할머니가 농사를 지으실 때는 흔하디흔했을 복숭아를 돌아 사 와 한참을 바라보시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건강하실 때 드셨던 음식이 건강으로 다시 천천히 다가가 보는 지금은 어떤 맛으로 느껴지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