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의 지혜
<나는 자연인이다> 와 <전국 노래자랑>을 즐겨 보시는 우리 할머니, 그중 단연 제일 자주, 주의 깊게 보시는 프로그램은 뉴스다.
뉴스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이야기가 전달되는 방법을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종종 말씀해 주시는데 할머니 맘에 꼭 드는 사람들로 꽉 채워져 있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이런저런 사람들을 보며 나에게 항상 하시는 말씀은 “하니야, 꼭 배워야 한다” 이다. 할머니의 말씀을 계속 듣고 있으면 할머니는 배워야 한다는 말씀을 하실 때에 학교를 오래 다녀야 한다든지 높은 학위를 따야 한다는 말씀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어른을 공경하는 것.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
사람과 어울려 조화롭게 사는 것.
내가 떠나는 자리를 깨끗하게 하는 것.
그 모든 것의 중요성을 할머니는 강조하고 싶으신 것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 진학을 앞둔 손녀가 기특하시면서도 때론 걱정되신단다. 공부하는 데에 쏟는 시간, 그 시간을 확보하고 쓰느라 ‘사람됨’의 과정에 깊게 참여하지 못할까 봐. 사회에서의 사다리를 오르느라 땅의 고르기를 미처 인지하지 못 할까 봐. 기억하고 계셨다가 내가 한국에 오면 해 주시고 싶으셨던 말씀이란다.
그럼 나는 말씀하시는 동안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을 덜어드리려 애쓴다.
“맞아, 사람으로서 꼭 배워야 하는 건 학교에선 안 알려주는 것 같아. 꼭 배워서 영양가 없는 ‘나이 많은 사람’이 아닌 ‘참된 어른’ 이 되도록 할게.”
그제야 할머니의 힘주셨던 눈은 다시 깜빡이시며 웃으신다.
“허허, 그려.”
사실 ‘참된 어른’의 표본은 아직 찾지 못했다. 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아직 나이도 지긋하시며 동시에 정말 어른이신 분을 아쉽지만, 아직 실제로 뵐 기회를 잡지 못했다. 언젠가 사회적 이슈에 귀를 열고 계시고 본인의 생각이 확고하시면서 다른 사람의 의견에 유연한 분을 뵐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나의 큰 복일 것이다. 보물 상자를 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들것 같다.
할머니를 보며 나는 오랜 시간 고뇌하고 생각하게 된다.
나는 어떤 어른이 될까. 내가 어른이 됐을 때 사회가 필요로 할 어른의 모습은 무엇일까. 지금의 나와 같은 어른을 내가 만났다면 과연 본받을 점이 있는 참된 어른이라 생각할까.
중요한 것들은 비싸지 않다. 꼭 배워야 하는 것들은 학교에 없다. 배우고 싶다는 욕망은 학교 성적과 등수 매김에서 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할머니를 통해 자연을 보며 기뻐하고 철학에 대해 생각하며 배우기를 지속하게 될 나의 미래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