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모자

가꿈의 가치

by Ashley

나의 아주 오래된 기억 속에도 할머니는 항상 단정하시고 정갈하셨다.


하고 싶으신 말씀과 표정, 못 매무새까지 다듬으시고 정리하셨다.


할머니의 이런 가치들은 가족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몸도 불편하시고 허리가 아프셔서 잘 서 계시지도 못하시는 할머니는 몸과 마음을 동시에 깨끗하게 하는 목욕을 중요한 하루의 일과로 삼으셨다. 옷을 손수 빨아 집 밖 빨래 걸이에 말리시고 편하지만 단정한 옷을 골라 입으셨다. 성당에 가실 땐 옷을 전날 골라 놓으시기도 하셨다.


나에겐 ‘가꿈’의 인식까지 바꿔 놓으셨다.


예전엔 단순히 밖에 다녀오면 먼지를 털어내야 한다는 이유, 땀을 씻어낸다는 이유로 목욕을 했다. 새로 산 예쁜 옷을 입고 좋은 곳을 구경하러 가기 위해 나갔다.


할머니의 가꿈의 목적은 내면이었다.


저녁 시간을 투자하여 목욕하시며 하루 있었던 일들과 내일 해야 하는 일들을 정리하셨다. 정성 들여 고르신 옷으로 상대방을 존중한다 표현하시고자 하셨다. 그리고 옷매무새와 머리를 정리하시며 그날 만나게 될 사람들을 생각하셨다.


그런 할머니에게 큰딸과 큰사위의 머리가 마음에 걸리셨나 보다.


단발의 흰머리를 그대로 길러 클립으로 고정한 엄마.


반곱슬의 회색 머리를 적당히 길러 손으로 쓱쓱 빗어 넘긴 아빠.


할머니는 그 클립 사이로, 이마 아래로 흐드러져 있는 머리카락이 신경 쓰이셨는지 나를 부르셨다.


“시간 나면 장날 가서 예쁜 모자 두 개만 사 와라. 그래서 느 엄마랑 아빠 쓰고 다니게 해줘. 그럼 깨끗하고 예쁘잖아, 그렇지?”


아쉽게도 부모님은 장날, 마음에 드는 모자를 찾지 못하셨다. 그래도 할머니의 속마음을 알게 되신 후로는 집 밖을 나설 때 물을 발라 뒤로 깨끗이 넘겨 고정하신다.


할머니가 부모님께 씌워드리고자 하는 예쁜 모자는 사람들이 부모님을, 당신의 큰딸과 큰사위를 예쁘게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일 것이다. 할머니의 마음이 부모님과 밖에서도 함께 할 수 있게 해드리고 싶다. 그 깊고 포근한 마음에 합당하는 모자는 아무리 많은 돈을 주고도 구매하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계속 찾아 나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