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감사하기 위해 마련한 시간

by Ashley

종교를 떠나, 시간의 길이를 떠나,


누군가를 생각하며 그 사람의 안온함을 진심으로 바란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신비롭고 귀하다.


딸들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


타지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손자 손녀들을 위해,


어지러워 보이는 텔레비전 속 세계를 위해,


할머니는 머리 위 둥둥 떠다니는 생각 구름을 발견하실 때마다 기도하셨다.


좋은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할머니께, 또 할머니의 기도하심에 감사하게 되었다.


한국에 와 차를 한 대사고 할머니께 말씀드렸다.


차의 종류나 가격 대신 할머니의 관심사는 기도였다.


“아직 기도는 안 드렸지? 나하고 다 같이 차 곁에 서서 기도드리자. 그리고 한 명씩 만원만 드리자. 액수보다는 마음이 중요한 거다. 앞으로 우리가, 그리고 너희가 이 차를 타고 다닐 때 안전하고 행복하게 잘 다닐 수 있게 바라는 마음, 그리고 얼마씩이던 기도하며 올리는 것. 그럼 그 돈을 받으시는 분들이 한 번 더 너희의 안전에 대해 생각해주시고 기도 올려주시는 그 마음.”


신실한 천주교 신자이신 할머니의 우선 사항은 감사 기도이다.


맛있는 음식을 보시면 맛을 느끼고 드실 수 있게 하심에,


손자 손녀를 보시면 잘 크는 모습을 볼 수 있게 살아계심에,


몸이 아프실 땐 딱 그 정도만 편찮으심에,


항상 감사 기도드리신다.


할머니의 감사 기도는 언제나 나에게 울림을 주신다. 제대로 학교에 다니며 글을 배우시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할머니가 어떻게 해서든, 몇 시간이라도 투자해서 읽어내시고야 마는 글이 성당에서 받으신 기도문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도문집을 들춰 보면 책의 표지와 속지까지 할머니의 오랜 기도의 시간이 배어있다.


할머니의 기도는 할머니의 진실한 마음이고 대상을 향한 깊은 사랑이다.


그래서 할머니의 기도는 특별하고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