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년생을 위한 직장적응과 성장의 기술 -세 번째 장
“성과는 기대치와 실제 결과 사이의 차이에서 나온다.”
앤디 그로브 (Andy Grove, 전 인텔 CEO)
신입사원 시절, 가장 헷갈리는 순간은 '이걸 어디까지 내가 판단해서 해도 되는 걸까?'라는 고민이 생길 때다. 상사가 업무를 지시했지만 디테일이 부족하거나, 상황이 애매할 때 스스로 판단해서 움직여야 하는 일이 생긴다. 하지만 자율적으로 판단하려 하면 “왜 상의하지 않았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반대로 너무 소극적으로 묻기만 하면 “생각이 없냐”는 뉘앙스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초년생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과제는, 지시와 자율의 경계를 파악하는 일이다. 그 기준은 회사, 팀, 그리고 상사에 따라 다르다. 어떤 상사는 세세한 보고를 선호하고, 어떤 상사는 일단 해보고 결과만 공유하길 바란다. 문제는 이걸 누가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내가 먼저 그 기준을 탐색해야 한다.
그렇다면 상사의 기대는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답은 ‘관찰’과 ‘질문’이다. 상사의 말투, 피드백 방식, 보고를 받는 빈도와 형식 등을 유심히 살펴보며, 그 안에서 내가 맡은 역할과 기대 또한 중요한 부분에서 난관에 부딪혔다면, 정중하게 질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예를 들어, “제가 최대한 해보았는데 막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시간 괜찮으실 때 피드백 좀 주실 수 있을까요?”처럼 상황을 설명하고 조심스럽게 도움을 요청하면, 오히려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다만, 무조건 상사에게 의존하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어떤 노력을 기울였고, 그 과정에서 어떤 점이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나름대로의 판단과 파악이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그래야 단순히 “모르겠습니다”가 아니라, “생각은 해보았지만 확신이 없어 확인을 요청드립니다”라는 태도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팀에서, 이 상사와 함께 일할 때 필요한 태도와 실행력’의 기준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점차 나만의 업무 철학으로 바뀌어간다.
많은 초년생이 이렇게 말한다. “잘하고 싶은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열심히 일하고는 있지만, 누군가 “잘했다”라고 인정해 주는 것도 아니고,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니 마치 허공을 향해 달리는 기분이 든다. 더 답답한 건, 스스로도 내가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실, 기준은 있다. 상사에 따라 명확하게 기대하는 결과를 설명하며 목표 관리를 해주는 경우도 있다. 반면, 해야 할 일만 말하고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지’는 애매하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오히려 내가 먼저 질문해야 한다.
“이 업무가 마무리되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면 좋을까요?”,
“우선순위가 높은 부분이 있다면 먼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던질 때, 당신의 태도에서는 단순한 ‘질문’ 이상으로 일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 분명히 전달된다. 기준이 보이지 않을수록, 더 적극적으로 기준을 찾아 나서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사소한 일일수록 세심하고 정성스럽게 처리하는 태도다. ‘이건 사소한 일이니까 대충 해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이메일 하나, 회의록 정리 하나에도 진심을 담는 사람은 금세 눈에 띈다. 조직은 그런 디테일을 ‘신뢰의 지표’로 본다. 특히 신입사원의 경우, 처음부터 어렵고 큰 일을 맡기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숙련도가 필요한 일을 맡겼다가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결국 상사가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위임’ 교육을 할 때, 리더들이 위임을 못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가장 자주 나오는 대답이 바로 이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상사들은 작은 일부터 맡긴다. 그리고 그 일의 처리과정을 지켜본 뒤, 가능성과 신뢰가 보이면 조금씩 업무의 범위를 넓히고, 난이도를 높여가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따라서 작은 일이라도 그 안에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거나, 정성을 담아 처리하면 매우 긍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때도 주의할 점이 있다. 간단한 일에 과도하게 시간을 들이면, 오히려 ‘일머리가 없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즉, 아무리 성실하더라도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하느냐는 ‘센스’가 필요하다. 작은 일일수록 더 정성스럽게, 그러나 주어진 시간 안에서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이야말로, 신입사원에게 가장 먼저 보이는 역량 중 하나다.
모두가 실수를 한다. 특히 초년생이라면 더 자주, 더 크게 실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입사원에게 기대되는 것은 ‘완벽한 일처리’가 아니라, 실수 후의 태도다. 실수를 어떻게 인정하고, 어떻게 책임지고, 어떻게 배우는지를 통해 그 사람의 성장 가능성을 본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책임을 외면하는 순간 신뢰는 빠르게 무너진다. 반대로, 실수를 인정하고 스스로 개선안을 제시하는 사람은 신입이어도 단단해 보인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더 돕고 싶어진다.
실수를 줄이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실행 전에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중간 과정을 공유하며,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질문하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일의 완성도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도 ‘이 사람이 신뢰할 수 있는 동료다’라는 인상을 남긴다. 결국 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처럼 기본을 지키는 습관만으로도 많은 실수를 예방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수가 자꾸 반복된다면, 그 배경을 한 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업무량이 과중하거나, 일의 성격이 나의 일 처리 방식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나는 한 가지 일에 몰입해야 집중력이 높아지는데, 주어진 업무가 잦은 멀티태스킹을 요구할 경우 실수가 늘어날 수 있다. 혹은, 워낙 실행 중심적인 성격이라 세세한 계획 없이 일단 시작하고 보는 스타일일 수도 있다. 또는 업무에 필요한 배경지식이나 스킬이 아직 충분히 쌓이지 않아서 실수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중요한 건, 단순히 ‘조심하자’는 다짐이 아니라 실수의 원인을 스스로 분석해 보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나의 업무 스타일을 점검하고, 필요한 부분은 습관을 바꾸고, 부족한 역량은 시간을 들여 채워가야 한다. 그렇게 작은 개선을 반복하는 사람이 결국 실수를 줄이고 신뢰를 쌓는 사람이 된다.
회사의 평가 기준은 때로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기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하는 일은 조직의 핵심목표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이 회사는 결과보다 학습과 과정을 더 중요하게 보는가?
이 팀은 혼자 해결하는 태도를 선호하는가, 아니면 서로 도움을 요청하고 협업하는 문화인가?
이 팀은 정해진 틀 안에서의 완성도를 중시하는가, 아니면 새로운 시도와 개선 노력을 환영하는가?
나의 상사는 지시와 통제형 스타일인가, 아니면 코칭과 지원형 스타일인가?
상사는 세세한 보고를 원하는가, 아니면 핵심만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을 선호하는가?
이처럼 조직, 팀, 상사의 관점에서 질문하며 정리해 보는 것, 그게 기준 없는 혼란에서 벗어나는 첫 번째 걸음입니다. 이런 기준이 생기면, 일에서 오는 혼란이 줄어든다. 그리고 그 기준은 시간이 지나며 자신만의 업무 철학이 되고, 결국 커리어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기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