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로그 EP 12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하루 한 끼 이상은 샐러드류의 다이어트식을 먹는다. 중학생 때부터 아침은 걸렀으니, 그 외 일반식은 하루에 한 끼 먹는다는 의미이다. 다만 금방 지쳐버릴까 봐 성분 따져가며 골라 먹지는 않았다. 업체에서 제공한 소스는 남김없이 부었고, 과일 등의 후식도 '좋은 음식이다'는 확신만 있으면 따지지 않고 먹었다. 과거의 식습관을 감안해 봤을 때 어찌 됐건 한 끼라도 풀때기로 먹으면 감량은 될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다.
이런 식습관이 쉽게 정착한 것은 아니다. 샐러드에 계란 흰자, 두유를 넉넉히 먹어도 아쉬움이 많았던 게 사실. 뜨끈하고 얼큰한 국물이 생각났다. 배우자를 꼬드겨서 외식으로 고기와 찌개 그리고 볶음밥을 양껏 먹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후회하거나 '난 안되나 봐.' 하면서 좌절하지는 않았다. 이전의 난 이렇게 두 끼를 먹었는데 반해, 그래도 한 번은 샐러드를 먹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동을 하는 게 큰 도움이 되었다. 운동을 마치면 뿌듯하다.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나면 충실한 다이어터로써의 삶을 사는 것만 같은 만족감이 크다. 배우자가 출근한 날 혼자서 라면이니 뭐니 다 꺼내먹을 수 있지만, 운동 덕분에 자제하게 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운동한 게 아까워서라도 한 번은 참게 된다.
지난 10년 간 나의 식단은 대강 이러했다. 아침은 패스.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넉넉히 푼 밥과 고기를 위주로 섭취. 사무실 의자에 앉으면 배가 더부룩한데, 그것조차도 익숙할 만큼 많이 먹었다. 퇴근하면 회사 동료들과 한 잔 걸친다. 그게 아니라면 배우자와 외식을 나가서 술과 고기가 있는 만찬을 즐긴다. 그 어느 것이든 끼니당 최소 1,000 kcal는 되었겠지.
6개월에 걸쳐 10kg을 감량한 요즘 '내 위가 줄어들었나?'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왕년엔 라면 두 개를 끓이고 밥까지 야무지게 말아먹었는데, 이젠 한 개가 넘어가면 잘 못 먹는다. 괜히 끓였나 싶을 정도로 안 넘어간다. (물론 컵라면 하나 먹으면 여전히 개꿀맛이다.) 그리고 외식 나가서 예전 기준으로 주문하면, 양이 좀 많다고 느낀다. 배우자도 "오빠가 확실히 이전보다 덜 먹어."라고 증언하는 걸 보면 나만의 생각은 아닐 테다.
이게 바로 그 '위가 줄어들어 많이 먹을 수가 없다.'던 꿈같은 증상인지, 망상인지는 알 수는 없다. 현재 체중은 정상 범주이고, 체지방만 조금 걷어내면 인바디 측에서 주장하는 정상인의 몸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70킬로대에 진입하여 뱃살 없는 몸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다만 성공한다고 해서 다이어트를 때려치울 생각은 없다. '위가 줄었나?'싶은 정도로 평생을 살기 위한 준비이자 그 시작이고 싶다.
화잇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