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도시 기행 06
포르투에 머물며 우연히 들른 곳이지만, 보물 같았던 식당 세 곳을 소개한다. 하나같이 인스타 감성에 젖을 틈 따위는 없는 평범한 식당들이고, 도우루 강변은 절대 보이지 않을 만큼 관광지와는 거리다 멀다. 하지만 현지인들이 오래전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자주 찾는 곳이 궁금하다면 한 번 들러볼 만하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그리고 구글 리뷰에서도 관광객의 평가는 없거나 극히 일부인 곳들이다. 얼마든지 실망 가능하기 때문에 왜 추천했냐는 악플은 사양함을 미리 밝힌다.
1. Restaurante Palmeira
https://goo.gl/maps/DYuuQw7cCg13TAUQA
명동이나 종로 거리에 오래된 경양식 집이 있다. 숙련된 웨이터가 있고, 식전 빵이 나오며 옛날식 파스타(아니 보통은 스파게티)를 주로 팔만한 곳. 아마 어르신들이 젊을 땐 큰맘 먹고 갔을법한 그런 식당. 어느 동네나 마찬가지지만 포르투에도 그런 곳이 있다.
포르투의 유명 식당들은 7시만 넘어도 손님으로 가득 찬다. 당연히 줄을 서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관광객으로써 예약하는 게 쉽지는 않다. 그래서 숙소 근처에서 먹을만한 곳을 찾던 중 정말 올드하지만 확실히 정돈된 분위기가 엿보이는 이 팔메이라를 찾았다.
웨이터는 우리가 주문한 음식들의 조리시간과 양을 알려주며, 비슷하지만 빠르게 받아볼 수 있고 두 명의 양에 맞을법한 음식들을 추천해줬다. 우리는 화이트 와인 한 병에 소고기 스테이크, 대구 튀김을 먹었다. 우리 기준에 조금 짤 수는 있지만, 부담스럼 수준은 아니었고, 곁들인 감자와 쌀밥으로 중화가 되어 충분히 맛있게 먹었다.
정장 차림의 웨이터는 우리가 주문한 와인의 라벨을 먼저 확인시켜주었고. 테이스팅을 거친 후 보냉 커버를 씌워주셨다. 주문을 받고 와인을 서빙하는 과정까지 포르투갈의 그 어떤 식당보다도 정석적인 과정을 거쳤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프로모션 중인 화이트 와인 한 병에 6.9유로에 주문했고, 전반적으로 매우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쳤다. 가격은 로컬들에게는 살짝 비쌀 수 있을지 몰라도 도우루 강변에 비하면 저렴한 수준이다.
일요일 저녁이라 관광객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이 근처에서 직장생활 오래 하셨을법한 어르신들이 부부 동반으로 식사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왠지 일요일이 아니라도 관광객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식당은 지하에 있어서 일견 들어가면 안 될 것 같기도 하지만, 포르투 고인물의 정석 레스토랑을 찾는다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구글 리뷰에서 이 식당을 대표할만한 코멘트를 발견했다. “나는 70대 노인이다. 할아버지를 따라 이 식당을 다녔고, 지금까지 3대가 함께 식사하는 훌륭한 식당입니다.” 이 리뷰로 어떤 느낌인지 눈치챌 수 있을게다.
곁들여 나오는 감자튀김은 포르투갈의 거의 모든 음식에 나오는데, 여기가 제일 맛있었다. 절대 빈말이 아니다.
2. Belana
https://goo.gl/maps/bFs8Kebvzcbo9bLm8
이 집의 메인은 프랑세지냐라는 포르투갈 음식이다. 실제 식당의 대부분 손님이 이 프랑세지냐를 주문한다. 하지만 한국인들에게는 이 프랑세지냐가 ‘내장파괴’ 요리로 알려질 만큼 칼로리가 높아, 우리는 소고기 스테이크와 대구 요리를 주문했다. 거기에 포르투갈 맥주 Super bock 두 병까지.
전반적인 분위기는 근처 직장인들이 점심을 해결하는 평범한 식당이다. 실제로 근처에 은행이나 관공서가 많고, 대로에서 한 블록 안쪽에 있는 곳이니. 우리에게는 광화문 골목의 김치찌개 집 정도 되는 느낌이다. 주문을 받는 아주머니는 큰 소리로 주방에 전달했고, 정중하게 서로 마주 보며 식사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사진만 봐도 고인 물 어르신들께서 일렬로 앉아 먹기 바쁘시다.
관광객들에겐 들어가면 뭐 이상한 거 주는 거 아닐까 싶은 비주얼이지만, 몇 안 되는 메뉴는 모두 포르투갈식이다. 대구와 소고기는 무척 맛있었고, 맥주 한 병과 함께 간편하지만 매우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나올 땐 요리 2개와 맥주 2병을 먹고도 15유로도 안 되는 돈을 내밀었다. 계산도 테이블이 아닌 계산대에 가서 해야 하고, 팁 같은 것도 없는 분위기지만 1유로가 안 되는 잔돈은 놓고 나왔다. 만약 포르투에서 한 달 살기를 한다면 이와 같은 식당을 서너 개만 알고 있으면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3. Bakery Cristo Rei
https://goo.gl/maps/htng2uud9LTj8hf68
포르투에서 머무는 동안 매일 아침 빵과 커피를 마시던 곳이다. 사실 포르투의 중심가를 약간만 벗어나면 많이 볼 수 있는 식당이지만, 우리는 숙소와 가깝다는 이유로 이곳에서 아침 끼니를 해결했다.
동네 할머니들이 모여서 빵과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기도 하고, 할아버지들도 이곳에서 만나 서로 안부를 나누는 전형적인 동네 빵집이다. 인테리어는 투박하지만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고, 우리가 주문만 하고 앉아있으면 알아서 잘 갖다 주실 만큼 숙련된 직원들이 계신다.
우선 카푸치노 한 잔에 1유로, 그리고 거의 모든 빵이 1유로다. 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보다 조금 큰 잔에 나온다. 거품이 풍부하고 그 위에 소량의 초코 가루가 뿌려져 나온다. 엄지 척할만한 맛은 아니지만, 이 가격에 이만한 퀄리티라면 불만을 가지려야 가질 수가 없다.
그리고 빵은 종류가 많지만 현지인들은 딱딱한 바게트류의 빵을 잘라 크림을 바른 빵을 주로 먹는다. 우리는 ‘오 끼 에 이수(이거 뭐에요)?’라고 물어서 한 번 먹어는 봤는데,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포르투갈의 크로와상은 우리가 알던 느낌이 아니다.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노란빛이 돌고 좀 더 쫀득한 걸 보면 옥수수로 만든 것 같다. 다른 빵집의 크로와상도 비주얼은 이 집과 거의 유사한 것을 보면 포르투갈식 크로와상의 전형으로 봐도 될 것 같다. 참고로 우리가 기대하는 크로와상에는 Paris를 붙이는 걸 보면 ’프랑스식 크로와상’ 쯤 되는 것 같다. 하지만 포르투갈식 크로와상도 매우 맛이 좋으니 꼭 먹어보길 권한다.
우리의 숙소 옆엔 이 Cristo Rei가 있었지만, 여러분들은 혹시라도 도보 15분 이상 걸리면 이곳을 찾지 말길 바란다. 왜냐하면 구글 지도만 검색하면 동네별로 비슷한 빵집 서너 개는 나온다. 검색한 곳의 인테리어가 좀 투박할지라도, 많은 현지인들이 찾는다면 믿고 가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