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가루 가득한 책상
엉덩이 무거웠던 내 학창 시절이 기억에 생생하다.
70 점보다는 80 점, 90 점보다는 95 점을 받기 위해 아둥바둥 살았다. 일과를 마무리하며 수고한 나에게 달콤한 짧은 휴식을 주기는커녕, 그 시간마저 아까워 집중한 기세를 몰아 기숙사 학습실이 문 닫는 밤 12 시까지 엉덩이 바짝 공부했다.
교과서를 암기하다시피 했고, 글쓴이의 집필 의도가 한눈에 들어올 때까지 끊임없이 생각했고, 숙제도 꼬박꼬박 해갔다. 활달한 성격에 “아, 샘 잠깐만요!” 외치며 “알려주시기 전에 저희가 먼저 생각해볼 시간 쫌만 주세요” 하는 당돌한 요청도 해봤고, 그 작은 머리를 요리조리 열심히 굴려가며 어려운 수학 문제를 밤늦게까지 붙잡고 있어 보기도 하였다.
그토록 풀리지 않던 문제가 마침내 풀렸을 때의 그 희열, 지우개 가루 가득한 책상 너머로 뱉어 보는 안도에 젖은 뿌듯한 한숨. 다음날 친구들과 점심시간 축구를 할 생각에 설레어 잠에 들던 밤.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 내 학창 시절의 추억이다.
공부를 잘하면 선생님 칭찬을 듣고, 축구를 잘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인싸가 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멋진 세계는 존재할 수 없었다.
공부와 축구. 이 둘은 곧 내 삶의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