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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뵹이장군 Mar 25. 2022

너무 다른 너와 나

ENTP 남자와 ENFJ 여자의 연애기 


  지금 내가 써 내려갈 이야기는 올해 29살이 된 남자와 30살 여자의 너무나도 다른 성향의 두 남녀의 이야기이다. 두 남녀의 성향이 너무나도 잘 맞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우리 커플은 그러지는 못했다. 아니다 그러고 보면 레고 블록처럼 위아래 블록이 딱 들어맞듯 모든 게 잘 맞지는 않지만 반절은 짝짝 쿵이 잘 맞다. ENTP와 ENFJ라는 것만 봐도 반은 맞으니 말이다. 너무 다르기도 하지만 반절은 또 잘 맞으니 현재 500일이 넘게도 잘 만나고 있는 거겠지! 


  재미로 mbti 테스트를 해 본 사람들이라면 다들 알겠지만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는 J성향과 즉흥적인 것을 좋아하며 계획 세우기엔 소질이 없는 P는 정말인지 정 반대다. 거기에 과정을 중요시하며 감정적인 F와 결과를 중요시하며 이성적 사고를 하는 T라니! 보통 남녀 사이의 연애에서는 여자보다 남자가 좀 더 이성적이라고 그런데 그런 남자들 보다도 더 이성적인 남자가 바로 내 남자친구가 아닐까 싶다. 반대로 여성적 특성을 보이면서 그중에서도 더 감성적인 여자는 바로 나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내 남자친구는 평생을 외동으로 살았고 나는 여동생과 함께 자라왔는데 놀랍게도 이러한 것도 우리가 정 반대라고 느끼는 부분 중에 큰 요소로 작용했다. 



  한 번은 남자친구와 크게 싸운 적이 있었다. 몇 년 전 추운 겨울날이었고 당시 같이 다니던 회사가 천안에 있어 천안에서 자취를 하던 남자친구가 겨울 동안은 본인 집에서 출퇴근을 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부산에서 올라와 기어코 서울에서 살고 싶어 하던 내가 천안으로 집을 옮기지 않고 서울에서 왕복 2시간 동안 힘들게 통근을 하는 나를 보고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너무 추운 날만 남자친구 집에서 하루 머물렀는데 세상에나! 다음날 아침 출근시간에 평소보다 2시간은 더 잘 수 있으니 역시나 직장과 집이 가까운 게 얼마나 좋던지 그렇게 일주일에 하루, 이틀, 5일 계속해서 남자친구 집에 머물게 되니 거의 반 동거처럼 살게 되던 때쯤 한 날 남자친구가 회사 퇴근 직전에 내게 말했다. 


"한 일주일간은 나 생각할게 좀 있는데 집에 좀 가주면 안 될까? 나 혼자 고민할 문제가 있어서 그래" 


"응? 갑자기? 무슨 일인데~"


"그냥 혼자 생각하고 싶은데 이유는 나중에 말해줄게"


"그렇게만 말하니까 걱정도 되고 나로서는 조금 갑작스럽긴 해 말을 좀 해주면 안 될까?"


"그냥 내가 이렇게 말하면 알아서 얘가 시간이 좀 필요하구나 하고 그냥 아무것도 묻지 않으면 안 돼?


"....."


나로서는 그 말을 꺼낸 남자친구가 하루 종일 표정이 너무 안 좋았기 때문에 어떤 일이 생긴 건지 걱정도 됐고 어떤 생각이 있는 건지 궁금했다. 게다가 그 누구보다 감정적인 나는 남자친구가 나를 쫓아내는 것 같은 기분에 너무 서운했다. 적어도 이유를 말해주면 나도 시간을 줄 수 있을 텐데... 남자친구에겐 알겠다고 말은 했지만 너무 서운한 마음에 또다시 내 마음을 내 비췄다.


"그런데 자기야, 난 영문도 모른 체 하루 종일 자기 표정이 안 좋아서 눈치만 보다가 갑작스럽게 자기에게 그런 말을 들이니 조금은 당황스러워 자세하겐 아니더라도 어떤 일이 있는지만 좀 알려주면 안 돼?"


"아니 나도 내 자유가 있고 매번 이러는 것도 아니고 딱 일주일만 좀 혼자 있으면서 생각을 하고 싶다는 건데 내가 시간이 지나면 니한테 어지간히 말을 안 하겠나? 내가 니한테 추울 때 집에서 잠시 쉬어가라고 했지 매일 있으라고 했던 것도 아니잖아? 그거에 대해서 내가 말을 했어? 그냥 일주일만 시간을 달라는 건데 니도 참 너무하다"


"..... 아니 이유를 알려줘야지 나도 납득을 하지 너무 일방적인 거 아니가?"


"니랑 내랑 안보는 것도 아니고 그 이전처럼 그냥 각자의 집에서 단 일주일만 따로 생활하자는 건데 뭐가 불만인데 대체?"


"난 오늘 하루 종일 회사에서도 영문도 모른 체 니가 기분이 확 상한 모습만 지켜봤고 내가 말 걸어도 피하거나 대답도 없고 갑자기 그러다가 오늘 퇴근 바로 직전에 나한테 그런 말 하고 내 입장은 어떻겠는데 진짜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가?"


"뭐? 그럼 니는 내가 어쩌다 한 번 요청한걸 닌 이해도 못해주면서 니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내가 혼자 생각하고 싶은 게 있는데 이걸 이렇게 받아들이나? 내가 정리되면 말해주겠다고도 했는데?"


"근데 니가 어떠한 생각을 할 때 굳이 혼자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뭔데? 내랑 있으면서도 난 내 할 일 하고 닌 생각해도 되는 문제 아니가?"


  한참을 서운하니 마니, 이해를 해주니 마니를 얘기하며 싸웠다. 남자친구도 분명 이유는 있었겠지만 나로서는 그 이유만 말해줘도 충분히 이해를 할 텐데 말을 안 해주니 나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고 했지만 나에 대한 문제라서 말을 안 하나? 싶기도 했다. 게다가 사실 가까운 곳에서 출퇴근하는 게 너무 적응되기도 했고 나랑 함께 지내는데 본인 문제를 공유해주지 않는 것도 서운했다. 이때 내가 앞서 남자친구한테 말한 것처럼 쿨하게 응 알겠어~ 하고 집으로 바로 갔었던 게 맞을까? 그 부분에 대해선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그렇게 한참을 싸우다 결국 남자친구는 그냥 우리 집에서 있으라는 말을 했다. 무작정 그냥 포기하고 희생하려는 남자친구는 나 역시도 싫었기에 난 우리의 중간지점을 찾아보기 위해 물었다.


"오늘은 우리가 이렇게 싸웠지만 어쨌든 자기는 자기만의 시간도 필요하단 게 있다이가? 혹시 앞으로도 그럴 수 있으니 우리 회사를 다니는 5일 중에 며칠은 같이 있는 날을 정하고 일주일에 며칠은 각자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어떤데? 아무리 춥다 하지만 나도 통근을 할 수 있으니 정해진 날엔 내가 서울로 갈게"


"하... 근데 난 그건 좀...?"


"그게 왜?"


"여기 내 집이고 나도 내 맘대로 할 권리가 있는데 딱딱 정해서 언제는 뭐하고 이 날은 뭐하고, 나 솔직히 답답하다"


"아니 우리가 싸운 문제로 중간지점을 찾으려고 하는 건데 그게 왜 답답한데?"


"틀에 박혀서 정해진대로 행동하는 거 너무 답답하고 싫다"


"그럼 일주일에 두, 세 번 정도 니가 말하는 날을 그 주에 정해주면 내가 그날은 미리 생각하고 서운해하지도 않고 집 갈게 그건 어때?"


"하.... 그것도 그런 게 그냥 내가 그날 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니한테 말하면 좀 가주면 안 되나?"


"되긴 하지,, 그런데 뭔가 평상시엔 거의 같이 살다시피 매일 붙어있다가 니가 원할 때만 나한테 가라 마라 하면 내입장도 니가 있으라 하면 있고 가라 하면 가는 그런 느낌이라서 그게 싫은데... 정하면 안 되나?"




  다툼을 한 후 둘 다 조금 진정되어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순간에도 다시 싸움이 일어나듯 위태위태한 순간이었다. 나는 나대로 싸웠던 내용을 토대로 중간지점에서 해결해보자 의견을 냈던 건데 남자친구에겐 그게 아니었다. 남자친구의 입장에서는 자유롭게 행할 수 있는 행동에서도 행동 제약을 받고 있다 생각했나 보다. 그리고 그에게는 남자의 침묵, 남자가 동굴에 들어가 웅크리고 있어야 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때 당시가 우리가 만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라 서로에 대해 지금 만큼은 몰랐기에 시간을 질질 끌며 서로 길고 긴 얘기를 하던 중 갑자기 남자친구가 소리쳤다.


"와!!!! 이게 P와 J의 차이인가?!!! 또는 이게 외동과 형제, 자매가 있는 사람의 차이인가?"



  진지하게 얘기하던 중 마치 유레카를 외치던 아르키메데스처럼 남자친구가 뭔가를 크게 깨달았다며 소리치는 모습에 빵 터졌다. 드디어 알겠다며 나는 J라 어떠한 계획을 세워야 안정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계속해서 본인의 집에 머물 날, 머물지 않을 날을 정하고 싶어 하는데 본인은 P라 그 계획이 별로 와닿지도 않고 싫었단다. 게다가 본인은 항상 어떠한 문제가 있을 때 집에서 혼자 생각하고 고심해서 누군가 주변에 있는 게 익숙하지도 않고 그게 싫었는데 난 형제나 자매와 늘 함께 했기에 어떠한 문제가 생기면 고민을 나누는 것도 익숙할 테고 누군가 옆에 있어도 그런 삶을 살았으니 이상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듣고 보니 그랬다. 그래서 나도 그런 거 같다며 맞장구를 치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물었다. 서로 어느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지 서로 왜 그런 주장을 각자 계속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풀렸으나 해결법을 찾기엔 어려웠다. 그러나 곧잘 남자친구가 내게 나도 이런 다름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테니 가끔은 내가 이번처럼 말하면 절대 너에 대한 문제나 우리 관계의 문제를 생각하는 게 아니니 한 번씩 이해를 해달라고 했다. 나와 너무 다른 방식의 본인의 모습을 나에게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니 내가 거기서 어떻게 "난 싫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난 남자친구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이번 일을 나름의 기회로 삼아 너를 더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의 싸움은 이렇듯 일반적이지만 서로의 다름으로 인해 평생 이해하지 못할 일들에 대해 길고 긴 토론을 하곤 한다. 그러나 그 토론이 길어질지언정 언제나 끝은 서로를 더 알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행한다. 위와 같은 싸움 이후 남자친구는 시간이 좀 더 흐른 후 나에게 또 한 번 조심스럽게 이전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도 되겠냐 물어본 적이 있다. 그리고 내가 말했다. "니 자유를 내가 막고 싶진 않아! 일찍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덕분에 나도 오늘은 서울에 올라가서 뭘 해야 할지 미리 계획을 세울 수 있겠는걸!! 오늘 같이 못 있는 건 아쉽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길 바래!" 


  신기하게도 그때가 싸움 이후 남자친구가 원했던 자유시간을 가진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상하게 한 번 본인이 그렇게 원한 혼자만의 시간을 한 번 갖고 나니 별로 혼자 있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단다. 대신 요즘은 같이 있으면서도 본인이 혼자 있길 원하고 본인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면 조용히 집 안의 한 구석으로 가서 혼자 에어팟을 끼고 뭔가를 끄적인다. 같이 있으면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함께 시간 보내기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노력해주는 것 같아 이젠 내가 종종 남자친구에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냐고 각자 떨어져서 시간을 보내고 만나자고 말을 한다. 그렇게 요즘은 지낸다. 늘 붙어있던 게 익숙해지던 시점에서 각자의 시간도 존중해주는 시점이 온 것이다. 


  내가 느낀 우리의 연애는 분명 순탄치는 않다. 남들은 물 흐르듯 한 번도 싸운 적 없는 잔잔한 연애를 하는 커플들도 있다지만 우린 아니다. 본인의 주장도 세고 서로의 가치관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너무 다르고, 성향도 다르고! 다른 거 천지다. 하지만 여전히 노력 중이다. 재밌는 건 우리가 한참 연애 중일 때(물론 지금도 연애 중이다) MBTI가 유행을 해서 이게 은근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많이 준다는 거다. 물론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됐을 뿐 다름은 여전하기에 다툼은 여전히 많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갈 길이 에베레스트 산 등반처럼 오르기 힘든 산을 오르고 있는 느낌이긴 하나 언젠간 산 위를 정복하고 룰루랄라 즐겁게 내려가는 일만 남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산을 내려온다면 넓은 평야에서 서로 손잡고 뛰어 놀 날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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