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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치미 Mar 13. 2024

파멸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한 기도



나는 내 마음을 지키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스스로 파멸하지 않게 해달라고, 지금 내가 스스로 할 수 없으니 제발 나를 도와달라고 기도하고 회개했다.


내 마음이 폭발적으로 흔들리는 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것이 그때에는 못 견딜 만큼 힘들었지만, 훗날 돌아보니 제일 잘한 결정이 되었다.


언제까지 계속 흔들리는 것일까.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이만큼이나 나이를 먹어도 사람은 계속해서 흔들리는 것이었다.


때론 그냥 흔들리고 싶어서 마음속으로 은밀하게 죄를 짓기도 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없었다.

심지어 상대도 내가 이런 마음이라는 것을 모를 테니.

그냥 나 스스로 괴로워지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이 마음을 그만두고 싶었다.

그렇게 몇 번을 멈추고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하면서 나는 이 마음을 억지로 도려내는 순간, 스스로 절망 속에 빠져들고 힘들었다.

옳은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내 의지만으로 그 길을 바로 걷기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기도했다.

내 마음의 끝이 파멸이라는 것을 알지만 내가 견딜 수 없다고, 그러니 더 이상 흔들리지 않게 해달라고.


그리고 그 기도는 응답받은 것 같다.

지금처럼 아무 일없이 고요하고, 나도 멈춰있는 시간

그리고 내게 주어진 것들이 내가 쟁취한 것이 아니라 거저 주어졌고, 선물과 같은 것들이라

이 소중한 것들을 지켜내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며.


내 일랑이는 마음은 가끔씩 파도처럼 치고 올라와

나를 어지럽힐 때가 있지만,

그럼에도 움직이지 않고 나 스스로 삭이는 것이

바로 파멸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사랑해야지.

내게 주어진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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