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오래도록 보는 사이가 되자
안녕?
안녕히 잘 지내고 있니.
나는 한구석이 허전하면서도
평안하고 잔잔한 하루들을 이어가고 있어.
사소하게 궁금한 것들이 많지만
그 어떤 연락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내 마음속으로 세운 철칙이야.
너와 나, 그리고 우리 가족, 친구들 모두
안녕히 지내기 위해서.
친구라는 관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결혼을 하고도 변함없던
너와 나의 사이가 무척이나 좋았던 것 같아.
게다가 내 이름이 변해갈 때에도 너는 나를
20대 그때 부르던 이름으로 끊임없이 불러주었지.
그래서 나는 너와 대화를 하면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어.
나를 지우고 투사처럼 살아가는 지금 전쟁과 같은 삶을 잠시 내려놓고, 알 수 없는 희망이 고민 자체였던 그 시절말이야.
그래서 너라는 존재 역시
그 어떤 사람보다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나는 너를 오래도록 보고 싶어 졌어.
내 마음의 사심으로 이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
이제 나는 너에게 어떤 안부도 묻지 않을 예정이야.
사적으로 궁금함을 묻는 그 순간부터
내 마음이 다시 요동칠걸 알거든.
지난 몇 년간 두려웠던 시기는 많이 지나갔어.
나는 배우자와 아이들을 사랑하고 이걸 지켜내는 것이 내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임을 알아.
그리고 너와의 관계를 단절해 내야만,
오래도록 너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어쩌면 너는 나만의 허상일지도 몰라.
나는 대화와 안식이 필요했는데, 그냥 그때의 네가 여전히 내 앞에 있어서 그 허상을 채워본 것일 수도 있어.
그래서 나는 묻고 싶을 때마다 글을 쓰기로 했어.
더 이상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너도 더 이상 나를, 흔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