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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교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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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수 Jan 13. 2024

교사일기

11. 학생의 경조사를 대할 때

담임으로 9년째 일하면서 종종 아이들의 사적인 가정상황을 알게 되었었다. 3월 2일 어김없이 받는 학생생활 기초조사에 학부모 나이와 직업을 묻는 란이 있었을 때는 반강제로 사적인 상황을 알게 되었었고 없어진 최근에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란 이유로 대부분은 어른에 비해 순수하기에 친구들이나 교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가 있다. 물론 유아처럼 역할놀이 중에 아빠와 엄마의 대화까지 여과 없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상담을 청해 이야기를 털어놓거나 교육비 문제로 문의를 하면서, 진학을 고민하며 이유를 설명하다가, 출결 변화에 대해 알리는 중에 아이의 사정을 알게 된다.

 그래서 마음이 자꾸 움직여 선을 넘을 때가 있다. 내가 아무리 애를 태운들 행정적 보호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적극적인 행정 처리일 뿐이다. 내가 안타까움을 표현할 때, 아이들은 의지하고 싶을 수도 있지만 불편해서 거리를 두고 싶을 수도 있다.

 이번일도 그랬다. 아이의 모친상에 대한

소식을 듣고 찾아간 장례식에서 아버지는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라는 말로 불편함을 드러내셨다.

조문을 하고 돌아서야 하는데 긴말이 필요 없는 상황에서도 나는 아이를 두고 장례식장 입구를 서성 서성 거렸다.

아이의 손을 붙들고

“내일 추우니까 핫팩 챙겨가지고 가.”라고 말하며 핫팩 한 다발을 넘기고는 그제야 돌아섰다.


아이를 꼭 안아주고 싶었지만 내가 장례를 치르며 버티고 있는 아이 앞에서 아이의 온기를 느끼고는 감히 눈물을 흘려버릴까 봐 참았다.


그날 밤 우리 학급 아이들에게 j의 소식을 전해야 할까 망설였다. 내가 j라면 어떨까 생각했지만, j의 마음을 알 수 없기에 더 망설여졌다.

우리가 1년을 함께하고 있으니 알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됐지만 당사자는 아이이기에


“j가 슬픈 일을 겪고 있어서 등교를 한동안 못할 거야. 아마 위로가 필요할 수도 있어. 위로는 어떤 말보다는 함부로 말하지 않고 여전히 곁에 있어주는 거라 생각해. 그리고 샘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하는데 그 이유는 샘이 만나는 사람이 어떤 일을 겪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야. 너희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j를 대하면 좋겠어 “라고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게  j의 소식을 아주 어렵게 눈물을 참아가며 전했다.

내 생각이 적절했는지 모르겠고,

내가 좀 더 성숙하지 못한 어른인 게 j에게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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