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고행의 시작
바야흐로 고입시즌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전기학교 특목고(예체고 포함)의 시즌이다. 나는 고입시즌이 되면 내가 컨설턴트인지 교사인지 모르겠다.
45분씩 끊어지는 종소리로 시계처럼 움직이는 바쁜 일상에 입시 컨설턴트의 업무가 추가되었으니 화장실도 못 가는 쉬는 시간을 보낸다. 7교시 중 4시간은 내가 수업을 들어가야 하고 남은 3시간을 쪼개어 입시 컨설턴트가 되어본다.
아니 이 입준생(입시준비생)들은 왜 이렇게 아무 준비가 안되어 있는가? 이것이 우리 교육의 현주소인지 누군가 밥상을 차려주고 심지어 떠먹여 주기를 기다린다.
나: “원서 접수하고 서류 제출은 언제 할 거야? “
학생: “인터넷 접수만 하는 거 아니에요?”
학생은 입시 요강을 봐도 모를 수 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나: “어머니, 서류제출은 언제 하러 가실 거예요?”
학부모: “인터넷 접수만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보호자로서 아이의 입시를 준비하고 나에게 서류를 요청해야 하는 거 아니었던가? 난 조력자일 뿐이지만, 어느새 나는 각 학교 입시의 전 단계를 한 단계씩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아이들의 입시를 주도적으로 안내하고 보니 입시 컨설턴트도 할만하다 싶다. 나는 자기 계발의 순간을 또 한 번 경험한다. ㅎ
그러나,
입시의 전 과정에서 교사보다는 학생이 더욱 성장하는 경험이 되기를 희망한다. 아이들이 인생의 중대한 첫 선택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해 결과를 얻기 바란다. 그 결과의 성패가 온전히 자신의 성찰로 이어져 눈부시게 빛나는 시기의 시작을 진하게 맛보았으면 한다. 그것이 인생선배, 보호자, 교육자로 우리가 아이들에게 반드시 알려줘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학교에서 입시 컨설턴트보다는 변함없이 교사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