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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수 Mar 28. 2023

남편의 변명

남편과 나는 두살 차이다 연하 남편을 만난 나는 능력자.

하지만 살아보니 연하 남편 대신 가정사에 대장 역할은 내몫이었다. 살다가 깨달은 한가지는 능력자가 연하남과 결혼한 것이 아니고 연하남과 결혼했으니 능력자가 되어야 했다.


8년의 결혼생활 끝에 나는 남편에 대한 미움이 가득찼다. 세자매 중 막내인 내가 가정에서 대장 역할을 하며 힘들었던 스트레스가 쌓여 입밖으로, 눈빛으로, 실실 새어나오는 상태가 되버렸다.


더 열받는건 남편은 변명을 하지 않는다. 사실은 나의 바가지에 변명을 못하는것도 같다. 변명을 못하는 남편과 사는 나는 늘 외롭다. 혼자 부르르 끓어올랐다가 나를 다독이며 가라 앉는다. 이번에도 그랬다. 반복되는 상황에 서로가 지쳤다는 생각이 들때쯤 좀처럼 언니에게 남편 욕을 하지 않던 내가 언니에게 남편 험담을 늘어 놓았다. 고맙게도 맞장구 쳐주는 언니덕에 어라? 기분이 풀렸다. 뒷담화가 이런 효능이 있었던가? 그리고 언니의 한마디

“제부의 장점을 적어봐.”

그래, 우리 남편 성실하지, 집안일 열심히하지 애들 잘보지, 화 안내지, 변명안하지(?)

가장 열받았던 지점이 장점으로 바뀌는 복선이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와 남편의 시작을 되짚어봤다. 나는 그때 부터 대장이었다. 남편에게 나와 결혼할 생각 없으면 헤어지자고 선언했고, 남편은 내 뜻을 따랐다. 그러고 보니 내 인생을 진취적으로 끌고가는 나를 사랑으로 받아준 그에게 이제는 왜 니가 대장하지 않느냐며 따지는 내 모습이 객관화 되어 다가왔다. 신입사원이된 사회초년생에게 숙련된 경력자같은 결단력을 강요하며 살았구나 깨닫게 됐다.


“곰같은 여자보다 여우같은 여자가 살기 좋아”

언니의 말에 다시 내 결혼 생활을 가다듬어본다. 여우같은 여자로 사는건 또 어떻게 하는건지, 가보지 않은길을 가봐야겠다. 내가 나를 참 몰랐다. 세자매중 막내로 리더십이라곤 없는 소극적인 여자인줄 알았는데 나는 강단있고 진취적인 외유내강 리더였다. 나를 인정하고 내 능력을 흥미롭게 바라보니 여우로 사는것도 할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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