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와우 와우 늙은 여우들!

by 몽돌이

제일 늙은 여우가 말했다.

그건 누군가의 행동에 대한 논의가 막 시작되었을 때였다.

"그때 남자들은 다 그랬어. 남녀가 밥상도 따로 먹을 때였어. 그땐 다 그랬다니까. 그러니까 어쩔 수 없어."

젊은 여우가 고개를 들었다.

"아니에요. 나만 해도 한 상에서 온 식구가 같이 밥을 먹었어요. 그래서 그냥 이 일을 덮고 가자는 건가요?"

"아니, 그런 뜻은 아니고."

"그럼 나만 우스워지는 거예요?"

제일 늙은 여우가 말을 흐리며 웃었다.

"그건 아니야. 여자애들 얘기를 들어보자는 거지."

말은 늘 그렇게 흘러갔다.

듣자는 말, 이해하자는 말, 시간을 두자는 말, 그러나 그 말들이 도착하는 곳은 언제나 같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자리.


등산이 끝나고, 다 같이 밥을 먹을 때였다.

그릇이 놓이고 수저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말의 결은 바뀌었다.

제일 늙은 여우가 두 번째로 늙은 여우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얼굴이 저렇게 하얀데 속살은……."

두 번째로 늙은 여우는 그 말을 받아 비웃듯 웃으며 얼굴 하얀 여우를 한 번 흘겨보았다.

눈길은 짧았지만, 오래 남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 순간 얼굴 하얀 여우의 생각은 다른 시간으로 미끄러졌다.


미투운동이 한창이던 때, 늙고 간악한 시인을 비판한 젊은 여류시인이 어째서인지 더 큰 비난을 받던 장면이었다.

"걔 원래 그래. 잘난 척하더라니."

그 말을 하던 얼굴과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두 번째로 늙은 여우의 얼굴이 겹쳐 보이자, 얼굴 하얀 여우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여기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겠구나.

말을 해도, 말을 하지 않아도. 여기서는 늘 같은 방식으로 끝나는구나.'


어느새 밤이 내려앉았다.

사람들은 각자의 집으로 흩어졌고, 메신저 창만이 남아 서로를 붙들고 있었다.

회의록을 올려도 되는지,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아닌지, 무고라는 말이 튀어나올 수는 없는지.

질문은 조심스러웠지만 답은 시원하게 터져 나왔다.

"명예훼손. 무고라니? 가당치도 않아." 누군가 말했다. "피해자가 자기 검열하게 만드는 가해자 중심의 논리야."

얼굴 하얀 여우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보았다.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그러나 정당한 말조차 이곳에서는 방패가 되어줄 이름 없이는 혼자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얼굴 하얀 여우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누구도 크게 다투지 않았고, 누구도 노골적으로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떤 일은 아주 정확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여기서는 여자가 말을 꺼내면 책임을 뒤집어쓰고, 끝까지 남아 있으면 대표가 되어 맞서야 하고, 조심스러우면 어느새 자리에서 지워진다.

그 사실을 이해하는 데 이제 더 많은 설명은 필요 없었다.

얼굴 하얀 여우는 이 늙은 여우들의 세계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않기로 했다.

그 결정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것을 배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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