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에너지가 넘친다. 거의 끝을 모를 정도로 하루 종일 놀고, 놀고, 또 논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다 알게 되는 사실이다. 경이로울 정도로 마치 무한 체력에 버금가는 위력을 보여준다. 부모 입장에선 어느새 두려움의 대상으로 급부상하게 되기 마련이다. 어린이의 특권이 놀이라면 어떻게 보면 무한 체력을 발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과정이기도 하다. 문제는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리 아이도 축구, 줄넘기, 야구, 수영 등 나름 다양한 체육 활동을 함께 했지만 특정 종목을 지속하기엔 아이들의 인내심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육아 휴직과 함께 구상했던 게 바로 ‘주짓수’였다. 대학 때부터 복싱, 유도, 무에타이, 합기도 등 다양한 무술을 접해보면서 대강은 감을 잡고 있었지만, 주짓수는 확실히 달랐다. 유도와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른, 합기도와 흡사하면서도 무게감이 다른 그 뭔가가 있었다. 일단 주짓수를 함께 배우기로 결정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먼저 우리 아들이 정중동의 스포츠, 그러니까 정적이면서도 뭔가 박진감 있는 그런 운동을 좋아한다는 특성을 가장 크게 고려했다.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이건 좀 유치하기도 하지만 남자들의 로망이랄까. 그러니까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이소룡과 최배달이 싸우면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등등 이런 유치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여정. 어찌보면 쓸데 없어 보이는 여정을 솔직히 나는 아직도 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그게 너무 궁금했다. 이런 궁금증을 한번이라도 가져본 사람들은 결국 ‘주짓수’라는 운동을 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원래 모든 운동은 기본적으로 ‘체급이 깡패’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체급과 힘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주짓수도 거기에서 예외일 순 없다. 주짓수를 똑같이 배운 사람까리 맞붙으면 당연히 헤비급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또 세상사가 그리 단순하진 않다. 체중과 체격이 다양한 사람들이 수많은 운동을 배우고 또 맞붙게 된다. 이럴 경우에 적어도 체급 차이의 한계를 그나마 극복하기 가장 효율적인 운동이 바로 주짓수였다. 단순하게 말하면 여자도 남자를 이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운동이 바로 주짓수다.
주짓수를 배우기로 결심한 이상 바로 행동력을 발휘했다. 늘 뭔가를 배우거나 실행하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다면 인생은 결국 ‘행동력’에서 좌우된다는 점이었다. 그럴듯한 생각은 솔직히 누구나 한다. 다들 한마디씩 하지 않는가. 아, 그때 그걸 했더라면. 나도 그 주식을 샀더라면. 나도 그때 그 이벤트에 응모했더라면. 매번 가정법이다. 머릿속에서만 구사하는 가정법은 아무 의미가 없다. 실천하지 않는, 행동하지 않는 아이디어는 아이디어가 아니다. 괜히 후회만 남을뿐, 아예 생각조차 못했던 것보다 때론 더 안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집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주짓수 체육관 3곳을 인터넷을 검색 후 직접 현장 답사에 나섰다. 주짓수를 아이와 함께 다녀볼까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한 바로 그 당일이었다. 확실히 답은 현장에 있었다. 인터넷으로 보는 것과 현장에 가보면 다른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되는지 적합도를 따져본 후 한곳을 골랐다. 그리고 바로 연락 후, 1회 체험 운동이 가능하다고 해서 시간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