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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주 Apr 19. 2023

유튜브 중독, 운동이 약이다

축구, 공으로 시작해서 공으로 끝나는 하루

아이를 낳고 본격적인 육아를 시작하면서 어느 책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아이와 놀아주지 말고 본인도 좋아하는 놀이를 선택하라. 명언이었다. 그러나 실전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말로는 뭘 못하겠는가. 실전에서는 막상 부딪혀 보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방식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일단 축빠인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중심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축구는 원래부터 자주 즐기기도 했고, 허리디스크 이후엔 비록 성인 경기를 뛰진 못했지만, 동네 아이들과의 축구는 종종 했었다. 확실한 건 축구도 배우면 더 재미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 아들은 7살 때부터 동네 근처 축구 클럽, 그러니까 축구를 배우는 사설 학원에 매주 토요일마다 다녔다. 통상 50분 수업에 8명 정도가 참여하는데 그곳에 직접 매주 아이를 데리고 와서 축구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부모는 거의 없었다. 특히 아빠 중에는 그 1년 간 내가 유일했다.      

솔직히 우리 아들은 축구에 재능이 그리 있어 보이진 않았다. 다만 아빠가 좋아하는 축구를 아들도 즐기는 눈치였다. 잘하면 더 재미가 있을 것이란 철학 하에 일단 육아 휴직 이후엔 늘 공을 달고 다녔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도 아이와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면 무료할 수 있는 시간을 즐겼다. 축구공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짧지만 긴 3분이 우리 부자에겐 늘 짧게 느껴지게 만드는 마법의 도구였다.


축구 클럽에서 배운다고 해서 실력이 빠르게 늘지 않는다. 축구의 기본은 패스다. 특히 인사이드로 주고받으면서 발에 감각을 익히는 걸 자주 반복해야 실력이 늘게 된다. 공을 좀 찰 줄 아는 성인들 입장에선 너무나 당연해 보이지만, 패스를 하면서 공에 체중을 싣는 법도 축구를 많이 해보지 않은 아이들에겐 굉장히 어려운 과정이다.


그게 쉬워 보인다면, 당장 왼발로 공을 차보라. 오른발잡이 치고 막상 왼발에 체중을 실어서 패스를 해보면, 그게 얼마나 생소하고 어려운 일인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패스만 하면 지루하기 마련이다. 축구 선수가 되는 게 목적이 아니더라도, 유소년 축구에서 배울 수 있는 기본 훈련들이 있다. FC바르셀로나의 유소년 클럽 '라 마시아'에서 6, 7세부터 아이들을 그냥 가르치는 게 아니다. 볼을 잘 다루기 위해 사용하는 잔근육들을 발달시키기 위한 프로그램들이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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