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캠핑 편 -
지금은 밤 11시.
나는 캠핑을 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냥 바닷가에 텐트 치고 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게 된 흐름이 참 새로워서…무언가 쓰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오늘 낮에도 난 늘 하던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저녁은 뭐 해먹지…’
뭘 하든 밥은 먹겠지 싶어서 우선 밥을 했습니다. 식료품 창고와 냉장고를 뒤적거리다 커리를 하고 또띠아를 구워..?서 먹기로 했습니다. 레토르트 식이었기 때문에 추가로 넣을 재료만 좀 더 준비해서 만들기로 했습니다. 양파를 다지고, 새우도 다지고, 마늘은 이미 매우 다져져있고, 닭가슴살은 큐브로 잘라서 볶다가 커리를 넣고 함께 끓였습니다.
사실 이건 캠핑하고는 아무 상관 없는데 그냥 저녁 차리는 것은 주부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썼습니다.
여하튼 그렇게 저녁을 먹고 우리 삼남매와 양양이(멍멍)는 남대천으로 산책을 나갔더랬습니다. 신나게
자전거를 몰고 나선 A, B와 오늘도 연습했지만 아직 두 발 자전거를 탈 수 없는 C는 킥보드를 끌고 나섰습니다. 멍멍이(양양이)는 그냥 신나 있습니다.
남대천에서 열심히 술잡. 요즘은 술래잡기가 아니라 술잡입니다. 집에 오려는데 옆에 자그마한 텐트를 쳐놓고 조그만 아이들이 들락날락 하는 것이 오늘따라 참 재미져 보이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캠핑 노래를 불렀던 B에게 ‘우리도 여기 텐트 쳐놓고 잘까?’ 했더니 그는 만세를 불렀습니다. ‘약속!’하면서 새끼손가락을 걸고는 형 A와 동생 C에게도 기쁜 소식을 전하고 와서는 못내 불안했던지 다시 한 번 ‘약속이다!? 이건 더블 약속!’하면서 양 손 새끼손가락을 다 걸어버렸습니다.
이것은 이제 실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것이 되었습니다. 손가락을 거는 순간 나는 B의 새로운 꿈의 도화선을 당겨버린 것입니다. 이미 시작된 불길.
그리하여 우리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잘 준비를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어차피 나와서 자는 거 남대천 말고 바다로 갈까 하는 생각이 들어 목적지를 바꾸었습니다.
그리하여..
에라 모르겠다. 캠핑은 바다지?!
정암해변이라는 곳으로 무작정 와서 텐트를 치고..
그냥 잡니다.
양양살이 4년차에 첫 바닷가 캠핑.
오늘은 거의 텐트 치고 잠만 자는 형태가 되었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지칠 줄 모르는 파도소리는 그 어떤 자장가보다도 듣기 좋습니다.
그런데 좀 춥다..
그리하여..
노숙스킬이 늘어가는 요즈음
당신의 하루는 어떤가요?
전..잘 지내고 있답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