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못 싸는 병에 걸렸다 - 14

by 파랑광

11월 13일 목요일. 다시 B 병원으로. 오늘은 혈액종양내과 진료를 보는 날이다.


지난번 피검사 결과에서 혈관이 막히는 유전적 요인은 없다고 한다. 일단은 다행이다. 혈관이 막힌 이유는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적어도 아이들까지 유전적으로 혈관이 막히는 걱정을 하지는 않아도 되니까. 하지만 아직 의학적으로 혈관이 막히는 이유를 찾지 못한 것뿐이지 아무 이유가 없지는 않을 거라고 어느 정도 조심은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또 지난번에 CT 찍은 결과 화면을 보여주며 말을 잇는다.


"여기 보시면 이 부분이 혈관이 막혀 있어요."


다들 모른다고 하는 증상에 그나마 막연하게 혈관이 막혔을 거라는 말만 들었었는데, 실제로 막힌 곳을 처음 확인할 수 있었다. 흑백으로 나오는 CT 화면에서 비 전문가인 내가 정확하게 뭔가를 알아보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짐작으로 처방을 결정하는 것과 명확하게 이 부분이 문제다라고 보여주며 말을 하는 것에는 내 마음에 차이가 컸다. 모른다는 말과 처음 보는 증상이라는 말만 듣다가 드디어 확실하게 문제 되는 곳과 증상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크게 힘든 부분이 없으시면 일단 자연치유를 기다려 보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다른 혈액길이 생기면서 막힌 부분이 해결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지금 그냥 기다리기에는 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서요. 대장항문외과 진료 후 장루 수술하기로 했습니다. 거기서도 일 년 정도 자연치유 기다려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같은 말씀을 해 주셨거든요."

"아, 그래요? 잘 됐네요. 일단 혈액 순환을 돕는 약을 좀 드릴게요. 혹시 수술은 언제 하기로 하셨나요?"

"수술은 다음 주 화요일에 하기로 하고 월요일에 일단 입원하기로 했습니다."

"아, 이 약이 항혈전제라서 피가 굳는 걸 방지하는 것이거든요. 수술할 때 피 멈추는데 문제가 될 수도 있어서 수술 전에는 주사약으로 드릴게요. 오늘부터 일요일까지 4일 동안은 주사로 하시고, 수술하시고 나서부터는 약으로 드세요. 자가 주사 해 보셨나요?"

"아니요. 자가주사가 어떤 건가요?"

"집에서 스스로 주사 놓으시는 건데요. 그 TV 같은데 나오는 당뇨 환자들이 스스로 주사 놓는 거랑 비슷한 겁니다. 일단 오늘은 병원 주사실 가서 맞으시면 되고, 거기서 방법은 알려드릴 거예요."


아, 자가주사는 생각도 못했다. 이 것도 이 병으로 인해 해보는 첫 경험이 되었다.

주사실에서 주사를 맞고, 스스로 주사 놓는 방법을 배웠지만, 결과적으로 스스로 주사를 다 놓지는 못했다. 평소 주사 맞는 걸 무서워한 적은 없는데, 그 바늘을 스스로 보면서 찌르는 것은 어쩐지 쉽지 않았다. 도저히 찌르지를 못하겠다. 주사 놓는 방법은 전혀 어려운 것이 아니어서 아내에게 바늘만 찔러달라고 하고, 나머지 주사약 넣고 바늘 빼는 것만 내가 했다.


이 병원에서 대장항문외과와 혈액종양내과 두 곳의 진료를 같이 보면서 두 곳의 협진이 잘 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양쪽 다 치료에 대해 같은 의견을 주는 것을 보니 이 임시 장루를 하기로 한 치료 방법 선택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더 들게 되었다. 일 년 뒤엔 괜찮아질 거라는 기대를 좀 더 하게 되었다.




주말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입원 준비를 했다. 7월 중순부터 이어진 병에 4개월 동안 힘들었고 드디어 일단락되려고 한다. 수술이라는 것을 하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똥 못 싸는 병에 걸렸다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