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못 싸는 병에 걸렸다 - 17

by 파랑광

사실 집에 오자마자 차가운 물과 함께 카스타드, 초고파이, 몽셀 등을 먹었다. 원래 달달한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금식을 하고 나면 이상할 정도로 단 음식이 당긴다. 그리고 먹은 죽까지. 이 중 어떤 음식이 문제를 일으켰는지는 모르겠지만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수술 후유증 같은 걸로 배가 조금 아픈 것으로 생각했다. 일단 진통제를 먹으며 아내가 올 때까지 있었다. 그리고 저녁으로 점심때 남은 죽을 다시 먹고...

그런데 점점 약으로도 버티기 힘들 정도로 배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역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늘 하듯이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장루 이후 대표적 문제점들 중 장협착이 눈에 띈다.


"여보, 이거 장협착 같은 건 아니겠지요?"

"증상은 비슷하긴 한데... 진통제를 먹어도 배가 계속 아파요?"

"응. 이거 병원 가야 될까요? 거기 병원 응급실 가도 바로 진료를 볼 수 있을까? 또 한참 기다려야 하면 갈 필요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검사 기록 같은 것 때문에 다른 병원 가기도 좀 그렇잖아요?"

"가면 그 병원 가야지요. 일단 계속 고민만 하지 말고 더 늦기 전에 갑시다."


오늘 퇴원하며 병원에 다음 진료는 2주 뒤로 잡혀 있었고, 당장 지금 내 배는 점점 아파진다. 정상적인 진료까지는 당연하지만 기다릴 수 없다.

지금 시간은 벌써 밤 10시가 넘었고, 일단 B 병원 응급실로 가기로 했다. 여러 가지 검사 기록이나 수술, 입원 기록이 다 그 병원에 있어서 근처 다른 병원 응급실을 가기는 좀 어려운 상황으로 생각되었다.




B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니 역시 당연하게도 사람이 많다. 접수를 하고 나서 일단 기다리고 있는데 의사처럼 보이는 다른 분이 부르더니 짧게 면담 같은 걸 진행하였다.


"어떻게 오셨나요?"

"제가 그저께 장루 수술을 하고 오늘 퇴원을 했는데요. 장협착인지 다른 뭔가 인지는 모르겠지만 배가 너무 아파서요."


여러 가지 기록을 뒤적거린다.


"아, 네 그러시네요. 그런데 배가 많이 아프세요? 진통제도 드셔 보셨나요?"

"네. 진통제를 먹으면 좀 나아지는 것 같다가 다시 배가 아프고 그러네요."

"음... 그런데 지금 바로 진료를 보실 수가 없으세요. 얼마나 기다리셔야 할지도 알 수가 없으시고요. 지금 12시간 이상 기다리고 있으신 분도 있으세요. 24시간씩 기다리는 경우도 있고요."

"12시간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그렇게 기다릴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혹시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그냥 기다리는 게 제일 낫나요?"

"혹시 수술하신 선생님 진료가 언제일까요?"

"아, 내일 진료가 있는 날입니다."

"그러면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선생님 진료 보는 진료실 앞에 간호원분한테 진료 얘기를 해 보세요. 예약 시간 사이에 가능한 시간이 있으면 진료를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인 것 같지만 보통 큰 병원은 의사 선생님 한분 당 일주일에 이틀 진료를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진료는 보는 날에도 오전이나 오후 둘 중 하나만 진료가 있었다. 마침내 수술을 담당하신 선생님은 수요일, 금요일 오전에만 진료가 있었다.

일단 면담을 마무리하고 아내와 다시 이야기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응급실을 기다리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일단 내일 아침에 좀 일찍 병원에 다시 와보고, 간호사한테 땡깡이라도 부려봐야 될 거 같은데요."

"응. 그럽시다. 12시간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는데 지금 기다려봐야 소용없을 것 같네요. 내일 정 안되면 다른 2차 병원 응급실이라도 가야지요. 그래도 2차 병원은 두세 시간 정도 기다리면 진료 볼 수 있겠지요."


확실한 건 아니지만 12시간씩 기다리는 사람들은 큰 병원은 진료 예약이 힘드니까 아마 진료를 보려고 하는데 예약 못해서 응급실을 통해 진료를 보러 오는 것 같다. 정말 응급으로 오는 거면 그렇게까지는 기다릴 수 없을 것 같다.




11월 21일 금요일. 어찌어찌 진통제를 계속 먹으며 아침이 되었다. 아내는 오늘 다시 연차를 쓰고 일찌감치 같이 병원으로 출발했다. 진료 시작 전에 병원에 도착해서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진료실 앞으로 온 간호사분께 사정을 얘기했다.

일단 기다리라는 말에 다시 대기. 약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환자분. 일단 선생님께 말씀은 드렸고요. 다른 진료 예약 끝나는 시간에 진료 봐주신다고 하시네요."

"그럼 시간이 언제쯤 되는 건가요? 점심때쯤인가요?"

"네, 아마 1시 좀 넘어서 일 거예요"


일단 진료실 근처 의자에 앉아서 대기를 했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배가 많이 아팠다. 처음에는 그래도 참고 버팅수 있었는데 이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 11시가 넘어갈 때쯤에는 통증이 너무 심해서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결국 대기실 바닥에 그냥 누워버렸다. 다른 사람들 시선 같은 건 신경을 쓸 여유도 없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지 않는 구석을 찾아 바닥에 누워 배를 문지르며 조금씩 뒹굴뒹굴.


시간은 이미 낮 12시가 넘었고 오전 진료 시간이 거의 끝날 때쯤에는 배아픈 것이 조금 나아졌고 무사히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진료 결과 병명은 장마비. 증상이 장폐색까지 온 것처럼 심하게 보이지는 않고 이것저것 먹은 것 때문에 아직 안정화되지 않은 장이 놀란 것 같다고 한다. 일단 통증이 심하면 다시 입원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씀에 다시 입원이 결정되었다.

입원하고 수술하고 퇴원한 지 바로 다음날. 그렇게 퇴원 하루 만에 다시 입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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