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못 싸는 병에 걸렸다 - 18

by 파랑광

원래 내일 토요일에는 본가에서 김장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당연하게도 내 몸이 안 좋아진 뒤로 부모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사실 이번에 수술하는 건 더 걱정하실까 봐 말씀드리지 않았다. 그래서 내일 김장할 때 실제 내 몸상태로 별 도움은 못되겠지만 좀 더 좋아진 모습이라도 보여드리면서 내 상태에 대해 설명을 드리려고 했었는데...

어쩔 수 없다. 오늘 저녁때 입원하기로 했으니 내일 김장하러 본가에 가는 건 불가능하다. 어머니께 지금 바로 잠시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본가는 안산이라 한 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이고 진료 후 다시 진통제를 먹으며 배 아픈 건 일단 사라졌다.




"어머니, 저 왔어요."

"어, 왔니? 그래 갑자기 어떻게 왔어? 몸 안 좋은 건 좀 괜찮아진 거야?"

"네, 좀 괜찮아져서 왔어요. 내일 김장하러 못 올 거 같아서 지금 내 상태 설명도 드릴 겸 해서 왔어요. 사실 그저께 수술을 하고 오늘 퇴원했어요."


지금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어떤 이유로 어떤 수술을 하고 왜 갑자기 다시 입원해야 하는 상황인지 설명을 드렸다.


"계속 화장실 못 가던 건 일단 지금은 괜찮아졌고, 그래서 내일 김장 와서 설명드리고 몸 상태 좀 좋아진 거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다시 입원을 하게 됐네요."

"지금은 괜찮은 거냐?"

"네, 지금은 아픈 건 일단 없어졌는데, 금식도 하고 영양제도 맞고 해야 돼서 일단 다시 입원하기로 했어요. 오늘 바로 입원하고 며칠 있다가 괜찮아지면 퇴원할 예정이네요. 뭐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설명드리고 짧게 좀 쉬었다가 인사를 드리고 다시 집으로 갔다.

아프면서 느끼게 된 거지만, 어머니는 본인 몸도 그렇게 편하지 않으시면서 자식이 아프다니 훨씬 걱정이 크시다. 나도 내 아이가 아플 때 마찬가지 기분이지만, 부모라는 입장이 다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더 빨리 나아지고 싶다. 괜찮은 모습을 좀 더 보여드리고 더 걱정을 안 하셨으면 좋겠다. 자꾸 걱정을 하시는 모습이 또 내 마음이 아프다.




집에서 준비를 하고 저녁때 다시 병원으로 가서 입원을 했다. 병원 입원도 벌써 세 번째다. 바로 지난번 입원했을 때와 가장 큰 차이는 병실 내에서 침상 위치이다.

병실.png

지난번 자리는 5인실에서 문 바로 앞 화장실 맞은편 자리(위 그림 1번 자리)였는데, 이번 자리는 마찬가지로 5인실이지만 창가 쪽 가장 안쪽 자리(위 그림 2번 자리)이다. 당연히 문 앞자리는 같은 병실에 입원한 다른 사람들 왔다 갔다 하는 소리와 화장실 다니는 소리, 간호사 다니는 소리까지 굉장히 부산스럽다. 반면 안쪽 자리는 다른 신경 쓰이는 소리가 많지 않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특히 또 한 가지 장점은 창문 밖이 보인다는 것이다. 모든 침상에는 커튼으로 전부 가려져 있어서 안쪽이 보이지 않는데 그러다 보니 창 밖도 보기가 힘들었다. 병실에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안쪽자리로 가서 밖이 훤히 보이는 것만으로도 해방감이 남달랐다.

이 자리를 고르게 되는 가장 큰 차이는 입원하는 요일차이로 보인다.

병실에 다른 사람이 많으면 좋은 자리를 잡기가 힘들어지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월요일에 입원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처음 입원할 때는 나도 월요일에 입원을 했었지만 이번 두 번째 입원할 때는 금요일에 입원한 것이다. 아무래도 주말 지나서 입원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주말 동안에는 나 포함 창가 쪽 두 자리만 차 있었다. 그리고 월요일이 되자 3명이 더 입실하여 5자리가 다 차게 되었다. 결국 입원할 때 사람이 많으면 자리가 순서대로 배정되면서 좋지 않은 자리로 갈 가능성이 많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덕분이 이번에는 비교적 쾌적하게 병원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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