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못 싸는 병에 걸렸다 - 19

by 파랑광

이번 입원은 퇴원일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몸이 괜찮아졌다고 판단되면 퇴원하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이번 입원은 지난 수술 후 입원생활과 별 차이는 없었다. 다시 시작된 금식.

지난 수술 이후에도 빠른 회복을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이 운동이라고 했었다. 이번에 배 아픈 것이 어떻게 해야 좋아지냐고 하니 많이 걸으라고 한다. 걷는 것이 장 운동에 도움이 된다고. 걸어도 배가 아프면 어떡하냐 하니 아프지 않을 때까지 걸으란다. 결국 장이 안 좋을 때 움직임과 상태를 좋게 만드는 방법은 금식으로 장을 쉬게 하면서 걷는 운동으로 장 움직임을 돕는 것밖에 없나 보다.

수술 이후에도 입원하는 동안 조금씩 걸어 다녔지만, 이번에 다시 입원했을 때는 시간이 될 때 계속 걸었다. 오전에 걷고 오후 점심시간 이후에 걷고 저녁 시간 이후에 또 걸었다. 병원 내 2층에는 아예 걸을 수 있도록 코스를 만들어 놨다. 나 같은 경우에는 계속 같은 지역만 걸어 다니는 것이 지겨워서 1층이나 2층, 지하 1층에서 좀 넓은 코스로 계속 돌면서 걸었는데 걷다 보면 주변에서 나처럼 수액걸이를 잡고 걸어 다니는 사람이 제법 있었다. 나처럼 장기 쪽이 안 좋거나 허라니 다리 쪽이 좀 불편한 사람들인 것 같았다.

걷고 병실에 올라가서 TV를 보다가 또 나와서 걷고.




입원 삼일째 되는 월요일, 점심에 양을 반으로 줄인 죽부터 시작해서 음식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지난 수술 후 퇴원 전에 먹었던 식단과 거의 같은 음식이었다. 객관적으로 음식이 맛이 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너무 지겹고 먹기가 싫었다. 다음 날부터는 음식 양도 죽 한 그릇으로 늘었지만 계속되는 비슷한 식단에 점점 더 먹기가 싫어져서 배가 고파도 음식을 좀 남기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억지로 먹기도 했다. 그러다 화요일 점심에 어쩐 일로 작은 에이스 과자 한 봉지가 같이 나왔다. 다른 사람 식단에 작은 빵이나 과자 같은 것이 같이 나오는 걸 본 적이 있었고 엄청 부러웠었는데 이번 내 식단에도 과자가 포함되어 나온 것이다. 정말 말 그대로 작고 소중했다. 밥시간 지나서 잘 놔뒀다가 정말 하나씩 아껴먹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마치 빵에서는 카스트라처럼 과자 중에서는 에이스가 물만 조금 같이 먹어도 소화가 잘 되는 과자라고 한다.




금식 이후 음식을 다시 먹으면서 장루를 통해 다시 변이 나와줘야 하는데 배 안에서 꾸륵 거리는 소리만 나고 나오는 것이 없다. 대부분 지금 겪는 일들이 다 처음이라 그런지 퇴원하자마자 입원을 하는 일을 겪어서 그런지 뭐든 되어야 할 일이 되지 않고 있으면 마음이 많이 불안하다. 불안한 마음에 아침 회진 때 의사 선생님께 말을 해 보니 장루를 통해 장 안쪽으로 관을 꽂으면 괜찮을 거라 한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와서 처리를 위한 물건을 가지고 왔는데 이 관이라고 하는 건 지름 약 7mm 정도 되어 보이는 고무 관이었다. 기존에 수술한 장루에는 밖으로 빼놓은 장이 안쪽으로 다시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장을 걸어 바깥쪽으로 당겨 고정시켜 놓은 고무관이 이미 있었다. 이번에는 약 2~30cm 정도 되는 새로운 고무관을 장루를 통해 안쪽으로 밀어 넣고 반대쪽 끝은 장루 바깥쪽에 이미 있던 장루 고정 고무관과 연결하여 같이 고정시켜 놓았다. 이 관이 장 좀 더 안쪽에 자리 잡아 소화된 음식이 나오거나 가스가 나올 때 도움을 줄 거라고 한다. 점심밥을 먹고 오후가 되니 관을 통해 가스가 나오기 시작하고 시간이 좀 더 지나서 장루를 통해 소화된 변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제야 조금 마음이 놓인다. 이 관은 퇴원할 때 빼야 하는 건지 물어보니 도움이 되라고 삽입한 관은 빼지 않고 그대로 넣고 가고 다음 진료 때 빼기로 했다. 혹시 관이 막히거나 하지는 않을까? 혹시 막히거나 하는 일이 생길 거 같으면 아마 관이 저절로 밀려 나올 거라고 그냥 놔두면 될 거란다. 괜히 좀 걱정은 되지만 별일 없겠지.




수요일 오전. 이제 장루를 통해 변이 다시 잘 나오기 시작했으니 퇴원을 해도 되겠다고 한다. 대신 이번에는 정말 음식 조심해서 먹으라고 잔소리를 들었다. 음식은 음... 반성해야지. 지난번에 퇴원하자마자 먹고 싶었던 것을 이것저것 막 먹은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좀 심했다고 생각한다. 몇 달 동안 배가 아프다가 수술하고 퇴원하면서, 마치 다 나은 것처럼 너무 마음이 편해졌던 것 같다. 집에 가서도 처음은 죽부터, 좀 괜찮아지는 것 같으면 다른 음식들 하나씩 하나씩 조심해서... 음식 먹는 것에 대한 가이드는 지난번에 받아 놓은 것이 있다.


그리고 운동은 계속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한다. 전에도 많이 걸으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번에는 아내와 동네 산책을 매일 하기로 했다. 첫 번째 입원이 4일, 두 번째 입원이 6일, 퇴원하자마자 다음날 다시 입원을 하였으니 두 입원을 합쳐서 열흘을 입원한 셈이다. 너무 지겹고 나에게는 힘든 생활이었다. 다시 입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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