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못 싸는 병에 걸렸다 - 23

by 파랑광

이제 사회에 복귀해야 하는 일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회사 복귀날은 1월 20일로 정해져 있었고, 지금까지는 집에서 적응하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있어서 집 밖에서 괜찮을지 자신이 없다. 물론 현제 신경 쓸 부분은 음식 먹는 것과 장루 비우는 것 밖에 없으니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 상황과 걱정하는 내 마음은 별개의 문제였다.

우선 간단한 외출로 영화라도 하나 보기로 했다. 마침 지금은 “아바타3:불과 재”가 개봉 중이었고 재미를 떠나서 극장에서 보기 좋은 영화이기에 가족이 다 이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12월 25일. 영화를 보기로 한 당일. 계획은 이렇다. 오전에 영화를 보고 점심을 먹은 후 다시 집에 돌아오는 아주 간단한 일정. 단단히 준비를 마치고 극장으로 출발했다. 단단히 준비를 했다고 해도 사실 크게 뭔가를 한 것은 없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밖에서 장루주머니를 갈 수 있도록 장루 용품들을 챙기고 출발 직전 장루를 한번 비워주는 것. 그리고 마음의 준비.

사실 외출을 한다고 특별히 어려울 건 없었다.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장루가 양이 찼을 때 공용화장실에서 장루를 비우는 것인데 병원과 집을 제외하면 다른 장소에서 장루를 비우는 것은 처음이다.

장루를 비우게 되면 변기를 마주 보고 선 자세에서 적당히 주머니 입구를 열고 자세를 엉거주춤하게 낮춘 후 아래로 쏟아내게 되는데, 이때 변기 주위로 변이 좀 튀게 된다. 아무리 자세를 낮춰도 앉아서 쌀 때보다 높은 위치에서 떨어지게 되고 떨어지는 변은 죽과 비슷한 형태이기에 전혀 튀지 않도록 조절할 수는 없었다. 휴지를 미리 조금 변기 안에 깔아 놓은 다음 최대한 물에 직접 떨어지지 않고 약간 앞쪽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그나마의 요령이었다. 공용화장실에 변이 튀어 남게 되면 상당한 민폐이고, 비울 때는 마치 변기에 음식물 버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나서 이 부분도 신경 쓰이는 것 중 하나였다.


영화를 보는 중 계속 장루 주머니가 신경 쓰이고 점점 부풀어 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이 일을 겪으며 알게 된 인체의 신비 중 하나는 잘 때는 장이 많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식으로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 겪어보면 조금 신기하다. 보통 밥을 먹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소장을 지나 장루 주머니로 나오게 되는 데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 보면 전날 저녁 먹은 것에 비해 양이 많지 않다. 자는 동안 소화가 된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은 것 같다. 자는 동안에 위장은 어떤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소화된 음식들이 소장을 지나가지는 않은 것이다. 이 부분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두어 시간 정도 지난 후부터 장루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에 빠져 장루 주머니가 너무 많이 차게 되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 아직 경험은 없지만 - 양이 너무 많아 장루 주머니가 터질 수도 있고, 터지지 않더라고 너무 부풀어 있으면 컨트롤이 잘 안 되고 깨끗하게 비우는 것이 훨씬 힘들어진다. 이런 이유로 집중을 잘 못하고 있었는데 그때 문득 깨달았다.

아, 아바타 3시간짜리 영화였구나.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싶은 영화를 골랐던 건데 첫 외출부터 3시간짜리 영화라니… 영화를 볼 때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좋아서 팝콘도 안 먹는 나지만 결국 영화 중간에 화장실을 갈 수밖에 없었다. 신경이 너무 쓰이고 어차피 끝날 때까지 버틸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장루를 비우고 다시 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별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신경이 계속 쓰여서 그렇지 사실 양도 그렇게 많이 차지 않았던 것이다. 걱정은 대부분은 걱정으로 끝나고, 실제로 문제가 일어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 법이다.




영화가 끝나고 점심시간. 오랜만에 외출에 오랜만에 외식. 아이들에게 뭘 먹고 싶은지 물어보니 스파게티란다. 사실 이때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계속 장루 주머니에 신경을 쓰고 있으니 예민해지고 - 사실 영화에 집중도 못하고 재미도 별로 없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 스트레스를 받았나 보다. 평소 좋아하던 매운 음식이 당기고 느끼한 음식은 먹고 싶지 않았던 거다. 넌지시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도 아이들은 스파게티가 먹고 싶다고 하고, 난 삐져버렸다. 음식을 먹으면 또 장이 움직여 변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도 거슬리는 데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을 먹으면서 신경 쓰는 것도 싫었고 결국 난 점심을 거의 먹지 않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외출인데 기분 좋게 있고 싶어서 최대한 기분이 상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혹시 또 하고 싶은 게 있는지 물어봤다. 눈치 없는 큰 딸은 살 책이 있다고 서점에 가고 싶다고 한다. 난 여전히 장루가 신경 쓰이고 배는 고프고 밥은 안 먹어서 예민해진 상태인데 말이다.

아, 오랜만에 외출. 예전에도 가족이 같이 서점에 가기도 했고, 또 살 책도 있다고 하니 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더 이상 마음이 상한 티를 다 숨길 수 없었지만 눈치를 챈 사람은 아내뿐인 것 같다. 그렇게 서점에서 다시 두 시간.

서점에서 난 혼자 돌아다니다가 다시 장루를 한번 더 비우고, 그렇게 하고 나서야 마음을 잡았다. 좋은 날 오랜만에 외출하면서 다 나 혼자 예민해져서 생긴 문제일 뿐이다. 마침 빵집이 보여 같이 먹을 빵을 좀 사고, 잠시 뒤 책 계산을 끝낸 가족들과 집으로 돌아갔다 - 사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운전은 한껏 예민해진 만큼 굉장히 거칠었다 -.


이렇게 약 4개월 만에 문화생활을 하게 됐다. 출퇴근이나 병원처럼 필요한 일에만 외출을 했던 것 외엔 정말 오랜만인 것이다. 당연히 별 문제없는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무 문제 없이 돌아온 것이 다행스러웠다. 다만 스스로 계속 예민해지고 너무 장루에만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은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익숙해지면서 더 괜찮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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