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못 싸는 병에 걸렸다 - 6

by 파랑광

9월 6일은 원래 장모님 생신 전에 처가집에서 처가 식구들이 모이기로 한 날이었다. 현재 내 상태에 대해 장인어른과 장모님만 모르시고 다른 처가 식구들은 알고 있었다. 두 분은 연세가 좀 있으셔서 걱정하실까 봐 비밀로 하기로 했다. 처가집은 충청도로 차로 3시간 정도 가면 되는 곳이지만, 현재 내 상태로는 무리였다. 갑자기 똥이 마려우면 10분 이상 참기 힘들 때도 있고, 지금도 차로 30분 이상 거리는 가능하면 어디든 가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지금은 회사 출퇴근만 간신히 하는 수준이다. 장모님께 주말에 출근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번에는 못 갈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이런 가족 행사에 빠지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9월 12일 금요일. 저녁 9시가 넘어서 B 병원에서 CT를 찍었다. 이런 밤 시간에 검사를 하는 것이 신기하다. 어차피 야간에도 검사하는 근무자들은 항상 있어야 하니 진료는 낮에만 봐도 검사는 밤에도 하는 것 같다.




똥을 정상적으로 못 싸는 증상은 여전하지만 증상이 조금 달라졌다.

원래 소장이나 대장 같은 장기는 감각이 없어서 어딘가 좋지 않아도 통증이 없다고 한다. 실제로 대장이 부었다고 해도 따로 부은 곳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없었다.

지금은 아무래도 대장 부은 것에 추가로 직장 쪽에도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계속 똥이 마려운데 뭔가 걸린 느낌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잔변이 남는 것 같기도 하고... 항문 쪽에 압박감이 심하다. 또 열심히 검색을 해 본다. 직장염, 치질, 과민성 대장 증후군... 병이 뭔지 알 수는 없지만 항문 근처에 압박이 심해지고 통증으로 느껴진다. 이 느낌이 없어지지가 않는다. B병원 진료까지는 아직도 2주 더 기다려야 하는데 어디 증상에 대해 물어볼 곳이 없다. 또 B 병원 의사는 모르겠다는 말만 하니 믿음이 점점 없어진다.


큰 병원은 이미 정해진 예약 날짜 외에 추가로 예약할 수가 없어서 근처 잘한다고 하는 항문외과를 찾아서 방문해서 의사 선생님께 말했다.


"대장이 부었다고 해서 큰 병원 진료를 보고 있기는 한데 아무래도 직장에도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똥이 제대로 다 나오는 것 같지가 않고 계속 잔변이 남은 느낌에 통증이 있습니다."

"아이고, 그냥 큰 병원을 가셔야죠. 제가 여기서 봐 드릴 건 없을 것 같은데요."

"거기는 아직도 진료를 보려면 2주 더 기다려야 해서 지금 갈 수가 없어서요. 그런데 지금 계속 정상적인 변을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직장에 잔변이 오래 남아서 치질처럼 될 수도 있지 않나요? 인터넷에서 그런 내용을 본 것이 있어서... 뭔가 남은 건지 그냥 항문이 부은 건지만 알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네, 그럼 일단 여기 엎드려 보세요."


엎드린 자세로 기다리니 항문 안을 손가락으로 촉진을 하신다. 이제 이 정도는 좀 불편할 뿐 아무렇지 않은 기분이다. 나아지기만 하면야...


"따로 잔변이 남은 건 없는 것 같고요. 직장이 엄청 많이 부으셨네요. 병은 저도 원인을 모르겠고, 제가 진료 보는 환자한테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큰 병원 가보라고 해야 할 정도예요. 이렇게 많이 부은 건 처음 보네요."


항문 쪽이 너무 괴로워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가긴 했지만 또 의사에게서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다. 도대체! 어떤 희귀병이길래 보는 의사마다 처음 보는 증상이라고만 하고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냐. 이젠 정말 미칠 것 같다.




다음 주부터 살고 있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를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월요일부터 다음 주 말까지 약 2주 간 공사 계획이다. 집이 10층인데 공사가 시작되니 한 번 밖에 나오면 집에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도 문제가 된다. 다리 힘든 것도 문제지만, 계단 올라가는 동안에 화장실을 참기가 힘들다. 계단을 올라가다 점액질 변이 새면서 팬티가 조금씩 젖는 일이 반복된다. 계속 새로운 고민이 생긴다.




잠깐 나가서 살 집을 구하려고 한다. "삼X엠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주일 단위로 집 단기임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최대한 회사 근처에 있는 집을 구해서 9월 18일 목요일부터 24일 수요일까지 계약을 했다. 아내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고 반대하지만, 고민 끝에 임대를 하기로 했다.

첫 직장에 들어갔을 때 집에서 나가서 살았지만 그때는 같은 회사 사람들 3~5명 정도가 같은 집에서 살았었고 살면서 혼자 살아보는 것은 짧지만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병 때문인 것은 맞지만 혼자 있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집에서도 화장실을 계속 가야 하니 혼자 있는 것이 편할 것 같고, 위치가 회사와 가까우니 출퇴근 부담이 적어지는 것도 임대를 한 이유이다. 아프기 시작한 이 후로 거의 매일 먹던 술은 끊었지만 아직 담배는 끊지 못하고 있는데, 밖에서 담배를 피울 때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왔다 갔다 하기가 힘든 것도 집에서 나가 살고 싶은 이유 중 하나였다.




이때쯤부터는 잘 때도 2~3시간에 한 번씩 잠에서 깨어 화장실을 가기 시작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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