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못 싸는 병에 걸렸다 - 9

by 파랑광

10월 14일 화요일. B 병원 대장항문외과 진료를 보는 날이다. 계속 소화기내과 진료만 보다가 처음으로 다른 과 진료를 보는 것인데 사실 별로 기대는 되지 않았다. 결국 외과 수술이 가능하다고 해도 대장을 잘라내는 수술이 될 거고 나에게는 그 상황도 크게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하면 지금처럼 원인도 모른 채 계속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거고...




외과 진료는 썩 좋은 내용은 없이 예상했던 것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지금 상태에서 수술을 하시면 많이 힘든 수술이 될 거예요. 대장도 많이 잘라내야 하고 직장도 거의 잘라내야 해서 수술도 힘든 수술이 될 거고 수술 이후에도 정상적으로 변을 보는 게 많이 힘드실 수도 있습니다. 제 소견으로는 일단은 수술은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내과에서는 원인도 모른다는 얘기만 하시는데,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금 상태로 계속 살아야 되나요? 지금도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요."

"지금은 원인을 좀 더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혈관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일단 혈액과 진료를 한번 보시고요. 추가로 CT 한번 더 찍어보시죠."

"네... 아, 그런데 제가 직장이 많이 부었어서 한참 힘들었거든요. 혹시 도움이 될만한 약이 좀 있을까요?"

"음... 그러면 '베니톨'이라는 약이 있는데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약이거든요"


동네 내과를 갔을 때 선생님이 먹어보라고 했던 약이다.


"아, 안 그래도 동네 내과 선생님이 권해줘서 먹어 봤는데 직장 부기는 빠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면 그 약을 일단 계속 먹으면 될까요?"

"네. 도움이 되셨으면 더 걱정하지 않고 드셔도 되겠네요. 일단 그 약은 계속 드시고 좀 더 지켜보시죠"


두 군데 선생님이 각각 권해주는 약이라고 생각하니 약을 잘 먹었다 실다. 그리고 계속 관심을 가져주는 동네 내과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함이 느껴진다.

베니톨.png 딱히 광고 같은 걸 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겐 많은 도움이 되었던 약이라 혹시나 도움이 되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사진 한 장 넣었습니다.


이번 대장항문외과 진료는 사실 원래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기에 일단 시키는 대로 다음 검사와 진료 예약을 진행했다. 약 2주 뒤 혈액종양내과 진료, 그다음 주에 CT 검사 예약. 어차피 이틀뒤에 S 병원 소화기내과 예약이 또 잡혀 있으니 S병원만 가기로 결정되면 이 병원 예약한 것은 다 취소하고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다만 지금 이 외과 의사 선생님은 친절하고 내 아픈 상태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일단 마음이 조금 편해지고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 소화기내과에서처럼 모른다고만 하고, 관심이 없는지 환자가 하는 말을 들어주지 않는 느낌은 정말 싫었는데... 이 외과 선생님은 관심을 가지고 설명을 잘해주는 등 병에 대해 같이 얘기를 할 수 있어서 마음은 조금 좋아졌다.




10월 16일 목요일. S 병원 소화기내과 첫 진료다. 이 병원은 집에서 한 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이고 주차가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여 차로 오면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예상해야 한다고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면 화장실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아져서 지하철을 갈아타며 병원에 갔다. 오랜만에 먼 거리를 이동하고 중간에 지하철 역 화장실도 들러가며 병원에 도착하니 벌써 피곤하다. 이 병원은 전에 갔던 병원보다 사람이 훨씬 많고 구조가 복잡하였다.

오늘 진료를 보는 의사 선생님은 2025년에 임상조교수로 되신 분으로 아직 진료 경험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비교적 진료가 빠른 시간에 쉽게 잡힌 건가 싶기도 하다.

당연하겠지만 유명한 병원일수록 사람도 많고 진료 대기시간도 길어진다. 한참을 기다려서 진료를 들어갔다. 사실 어느 병원에서나 마찬가지였지만 보통 첫 진료는 상황에 대한 이해정도만 하고 다음에 어떤 검사를 하고 또 그다음에 검사 결과를 보며 다시 진료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래도 증상에 대한 어떤 듣지 못했던 새로운 말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조금 했는데 역시 어떤 병인지 알기 힘들 다고 하며 다음 주에 직장 내시경을 하고 그다음 주에 다시 진료를 보자고 한다.




점점 진료 스케줄이 복잡해진다. 다음 주에 우선 S 병원 직장내시경, 그다음 날 B 병원 소화기내과 진료, 그다음 주에 B 병원 혈액종양내과 진료, 그 며칠 뒤 S 병원 소화기내과 진료, 또 그다음 주에 B 병원 CT 촬영, 그리고 그다음 주 다시 B 병원 대장항문외과 진료가 예약되어 있다. 일정을 잘 챙겨야 한다.


아직 증상은 달라지지 않았고, 병의 원인에 대해 밝혀진 것은 전혀 없다. 처음 증상이 나온 지 3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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