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못 싸는 병에 걸렸다 - 10

by 파랑광

지난 16일 처음 진료를 본 S 병원에서 마침 의사 소견서를 받아 올 수 있었다. 병명은 배변 습관 변화. 증상은 하루 30~40번 정도 점액변을 봐서 여러 검사와 요양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아직 어떤 병인지 밝혀진 것이 없어서 병명이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는데 배변 습관 변화라니... 병명이 이래도 되나 싶다. 그래도 질병코드도 적혀 있고 실제 존재하는 병인가 보다.

10월 20일. 이 의사 소견서로 결국 회사에는 병가를 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현재 상태로 회사생활을 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나 개인도 많이 힘들었고 회사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다고 생각이 들었다. 같이 일하는 회사 동료들에게는 이미 병가를 낼 예정이라고 말해 놓은 상태였어서 부담은 조금 덜은 상태였다. 일단 병가는 3개월을 냈고 이후 추가 3개월이 가능하다고 한다. 지금 원인도 모르는 지금 상태로는 3개월 뒤 복귀는 힘들 지 않을까 싶다.




10월 22일 수요일. 다시 S 병원을 찾았다. 오늘은 직장내시경을 하기로 한 날이다. 지금 이 병으로 처음 입원한 병원에서 관장을 하고 비 수면 직장내시경을 했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직장이 부어서인지 내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관장약이 들어가지 않아서 엄청 고생했었는데...

관장은 내시경할 때 충분히 직장이 비어있기 위해 내시경 하기 30분쯤 전까지 해야 한다고 안내에 적혀있었다. 이번에는 병원까지 가는 시간이 한 시간 이상 걸려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었는데 이 병원에는 관장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아예 병원에서 제공하고 있었다. 혼자서는 자신이 없어서 병원에서 아내의 도움을 받아 관장을 하기로 했다. 항문을 통해 뭔가 넣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은 굉장히 수치스러운 일이었지만, 이미 아내에게 지금의 내 모습은 그런 것쯤은 신경 쓰이지 않는 상태였다. 3달째 화장실에 시달리며 별의별 모습을 다 보였으니...




S 병원 도착. 무사히 관장을 마쳤다. 혼자 할 때는 관장약 넣는 것도 힘들고 배는 엄청 아프고 했었는데 다른 사람이 넣어줘서 그런 건지, 직장에 부기가 거의 빠져서 그런 건지 이번에는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이 되었다.

아직 화장실을 자주 가며 힘들긴 하지만 전보다 직장에 부기도 빠지고 똥을 쌀 때 불편함도 조금 줄어 있어서 이번에는 뭔가 좋을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기대가 조금 되었다.


직장 내시경 진행 중. 전에 처음 했을 때도 그랬지만 비 수면 내시경을 하면 항문쪽에 뭔가 삽입하는 통증 조금과 공기인지 액체인지를 장 안쪽에 계속 넣는 느낌이 불편하다. 검사중에 방귀가 계속 나오고 지금 내 문제 증상까지 합쳐져 점액질 변도 계속 나온다.

불편함이 있기는 하지만 내시경에 대한 결과를 다음 진료를 기다리지 않아도 어느 정도 들을 수 있다는 확실한 장점이 하나 있다. 이번에도 내시경을 진행하며 의사 선생님이 상태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해 주었다.


"음... 지난 병원 자료로 본 것보다 상태가 더 안 좋아지셨네요."

"네? 더 안좋아졌다고요? 직장 부기도 많이 빠지지 않았나요? 저는 그전보다는 좋아졌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직장 부기는 빠졌는데... 상태는 더 안 좋아졌어요.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진료 볼 때 다시 말씀드릴게요."


심란하다. 이번에는 좀 좋아진 줄 알았었는데... 직장 부기도 빠졌는데 뭐가 더 안 좋아진 걸까. 짐작이 가지 않는다. 지금은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는데 내시경 때문에 금식을 해서 배가 고프다. 아내와 병원에서 밥을 먹기로 하고 이동하는데 사실 입맛이 없다. 아내는 '괜찮겠지. 별거 아니겠지.'라고 얘기하지만 분명히 나만큼이나 마음이 좋지 않을 거였다. 밥은 맛도 없었고 대충 먹고 집에 돌아왔다. 그래도 병원을 한 시간 반씩 왔다 갔다 하는데 아직 차에서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것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일은 또 B 병원 소화기내과 진료가 예약되어 있다. 별로 특별한 말은 들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진료도 굳이 가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또 그 뒤에 대장항문외과와 혈액종양내과에 진료 예약이 잡혀 있어서, 이번에 내과 진료를 보지 않으면 괜히 책 잡힐까 봐 내일 내과 진료도 가기로 했다.


지금 이 증상으로 처음 병원을 찾은 지 벌써 3개월이 넘었다. 병원도 4군데를 갔고 입원도 했었고... 지금까지 한 번도 좋은 얘기를 듣지 못했다. 여전히 병의 원인은 알 수 없고 치료 방법도 알 수 없으며 상태는 계속 나빠지고 있는 모양이다.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뭐가 문제인지 알겠다는 그런 말이 듣고 싶다.


병은 아직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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