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B 병원의 대장항문외과 진료는 3주 뒤 10월 14일로 잡았다. 소화기내과 의사는 계속 모르겠다고만 하는데 대화를 해 보면 내 병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전에 대장만 부었던 것과 다르게 지금은 직장도 많이 부었다고 말했지만 그냥 부은 거라고, 부은 원인을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된다. 환장할 것 같다. 몸에 문제는 계속 있는데 이 큰 병원에서도 모르겠단다.
도대체 이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나. 더 더 유명한 병원을 가봐야 하나. 예약을 지금 하면 진료를 언제 볼 수 있으려나. 해결만 될 수 있다면 부은 대장을 다 잘라내고 싶은 마음이지만, 원인을 모르니 자르는 걸로 해결될지 확신이 없다.
최악은 부은 곳 다 잘라냈는데 다른 데가 또 붓는 거니까.
결국 지금 병원보다 더 유명한 병원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지금 다니는 B 병원도 국내 병원 순위 상위권에 있는 병원이었는데 실망만 하고, 국내 순위 탑인 병원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도 진료협력센터를 통해 예약을 진행했다.
다른 병원으로 알아보는 것은 큰 문제가 없는데, 문제는 예약 가능 날짜와 집에서의 거리였다. 지금 계속 똥 하고 싸우고 있는 나로서는 차로 30분 이상의 거리는 이동하는 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다행히 S 병원 소화기내과를 약 3주 뒤 10월 16일로 예약을 하게 되었다. 몇 달 기다리는 것까지 각오했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빠르게 예약이 되었다.
B 병원 대장항외과나 S 병원 소화기내과나 다 약 3주 뒤로 예약이 되었고 다시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또 3주 대기이다. 이 기간 동안 상태는 점점 나빠져 갔다. 화장실 가는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밤에도 평균 30분마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깨며 잠을 거의 자지 못하게 되었다. 화장실은 자주 가도 실제로는 며칠씩 똥이 나오지 않다가 갑자기 밀려 나오는 일들이 계속 반복되었고 실제 똥이 나올 때는 유독 배가 많이 아파졌다. 그 외 나머지는 점액질 변이 쉬지 않고 나온다. 하루 평균 30번 이상 화장실을 가고 있었다.
또 동네 단골 내과를 찾아가서 의사와 상의해 보았다. 너무 힘들어서 다른 변비약 같은 거라도 처방받아서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의사는 큰 병원이냐 작은 병원이냐 보다 얼마나 진심이냐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의사 선생님과 인연이 있은 지 9년쯤 되고 자주 보던 사이다 보니 진심으로 걱정해 준다. 지난 진료 이후 자기도 따로 고민을 해 봤다고 한다. 그러면서 치질 혈액순환 개선제를 먹어볼 건지 권해 준다. 직장이 붓는 경우에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며 일단 일주일 정도 먹어보고 효과가 있으면 추가로 더 먹자고 한다. 진료는 보는 시간도 아닌 때에 따로 고민까지 해서 얘기해 주다니 많이 고마웠다.
여기서 처방받은 약을 먹고 2~3일이 지나니 귀신같이 직장에서 느껴지던 압박감이 없어지기 시작한다. 똥이 나올 때마다 느껴지던 통증이 없어지고 똥도 이틀에 한번 정도는 나오기 시작했다. 동네 병원 의사 선생님이 너무 고마웠다. 동네 내과 의사 선생님도 알 수 있는 약을 B 병원 소화기내과 의사 선생님이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얘기를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들었어도 충분히 권해 줄 수 있었을 텐데... 그 의사에게는 계속 실망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회사 생활도 도저히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꾸역꾸역 출근은 하지만 회의를 하기도 힘들고, 자리에서 일을 할 때도 계속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해야 했다. 밤에 잠을 거의 자지 못하니 업무시간에 계속 졸았고, 차를 가지고 출퇴근하는 날에는 너무 졸려서 간신히 잠을 깨어 가며 운전을 했다. 졸음운전으로 사고도 몇 번 날 뻔하고 나니 이러다가는 운전 중에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결국 회사는 병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맡은 일이 있어 빠지기도 힘들고 회사 출근이라는 일상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지만, 이대로는 회사에 출근을 하는 것이 더 민폐인 것 같았다. 나 스스로도 출근하는 것이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 회사 병가 제도에 대해 알아보니 최초는 3개월까지, 이후 추가 3개월을 더 쓸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당장 병가를 쓸 수는 없었다. 병가 결제를 받기 위해서는 의사 소견서가 필요하다고 하니 이 것도 일단 다음 진료 볼 때까지는 보류하여야 한다.